[휴지통]외국산 발로 밟아 국산 둔갑… 삼겹살이 기가 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국산보다 짧은 美-캐나다産 길이 늘여
군부대에 6억원어치 납품한 일당 적발

외국산 삼겹살(위)과 발로 밟아 길이를 늘이는 모습.
외국산 삼겹살(위)과 발로 밟아 길이를 늘이는 모습.
A 조합법인 운영자 한모 씨(51)는 2010년 9월부터 군부대에 삼겹살을 공급하기로 했다. 군부대는 대량으로 물품을 공급할 수 있어 최고의 거래처였다. 입찰 경쟁에서 한 씨는 “국내산 삼겹살을 kg당 도매가(1만2000원)와 비슷한 수준인 1만3000원 정도에 공급하겠다”며 군부대 관계자를 설득해 계약을 따냈다.

이때부터 한 씨의 ‘은밀한 작업’이 시작됐다. 직원들이 삼겹살을 쌓고 종이판을 올려놓은 뒤 고기를 발로 밟았다. 이렇게 해서 칠레, 미국, 캐나다 등에서 건너온 삼겹살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켰다. 한국에 비해 외국에선 삼겹살의 인기가 덜해 삼겹살 부위를 최소한으로 절단한다. 국내산 삼겹살에 비해 길이가 짧을 수밖에 없다. 한 씨는 kg당 7000원 수준인 수입 삼겹살의 길이를 억지로 늘여 국내산으로 보이게 한 뒤 군부대에 팔아 넘겼다. 그는 올해 7월까지 8개 군부대에 6억2000만 원(46t) 상당의 삼겹살을 원산지를 속인 채 납품해 1억4000만 원을 챙겼다.

서울 서부지검은 한 씨를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A 조합법인과 이 회사 소속 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방부 측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삼겹살은) 장병 급식에 쓰인 게 아니고 부대에서 운영하는 복지회관 식당의 식재료로 쓰였다”고 해명했다. 군부대 복지회관은 면회객들과 군인 가족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시설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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