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수산기념궁전의 김일성 묘를 참배한 50대 남성의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에 대해 법원이 ‘동방예의지국’을 언급하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무단 방북하고 북한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며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결의문을 채택하고 박수치며 동조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관근)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 씨(54)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 씨의 금수산기념궁전 방문·참배에 대해 “해당 기념궁전은 방북자들이 의례적으로 방문·참배를 요구받는 장소로서 방문 소감을 적극적으로 말하거나 방명록을 남기지는 않았다”면서 “이런 점에 비춰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았던 (조 씨 같은) 사람의 단순 참배 행위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조 씨는 1992년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씨(2007년 사망)를 알게 돼 후원했다. 그러던 중 이 씨는 1993년 북송됐고 이후 범민련 유럽본부의 한 상임위원으로부터 이 씨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1995년 그는 상임위원의 도움을 받아 독일을 통해 무단 방북했다. 조 씨는 북한에 한 달간 머무르면서 김일성 묘 참배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독일로 망명했으며 지난해 12월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귀국했다 체포돼 기소됐다.
법원 관계자는 “조 씨의 이념적 성향과 방북 목적, 참배 경위 등을 따져 국보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일 뿐 모든 참배가 죄가 안 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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