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시공사의 부채는 4957억 원이다. 부채비율 276.7%로 광역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 가운데 7위다. 빚을 진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시의 부채 해소 노력이 미흡했던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도시공사 부채 가운데 55.5%(2750억 원)는 KTX 울산역세권 개발을 위해 빌린 돈이다. 이 돈으로 울산역 앞 39만9000여 m²(약 12만 평)를 개발해 분양했지만 22%만 팔렸다. 토지 미분양이 부채로 남은 것이다. 이 부채를 제외한 도시공사 부채는 임대보증금 등 대부분 회수 가능성이 높은 ‘양성 부채’다. 따라서 울산역세권 토지만 매각된다면 울산도시공사는 재정 건전성이 뛰어난 지방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문제는 울산시의 대처가 그동안 안일했다는 점이다. 시는 그동안 복합환승센터와 전시컨벤션센터, 복합쇼핑몰,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핵심이 되는 ‘앵커시설’로 삼아 울산역세권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하지만 울산역 개통(2010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구체화된 사업은 하나도 없다. 전시컨벤션센터를 제외하고 민자 수백억∼수천억 원을 유치해 건립하려던 이들 시설은 아직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비 등 1375억 원을 들여 2018년까지 지으려는 컨벤션센터도 승용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인 부산 등 인접 3개 도시에 유사한 시설이 있어 국비 확보가 불투명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은 “KTX 울산역 이용객은 2025년부터 감소할 것”이라는 수요조사 결과를 올 7월 발표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를 근거로 울산역 확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는 기존에 발표한 장밋빛 계획을 접고 이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개발 계획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건립 위치 논란 때문에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울산의 공공시설물을 유치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울주군 신청사와 울산 교원연수원, 그리고 울산역 인근의 신불산 케이블카 건설 등은 울산시 등 공공기관의 의지만 있으면 당장 추진할 수 있다.
‘뜬구름 잡기 식’ 대책만으로는 울산도시공사의 부채를 줄일 수 없다. 울산역세권 토지 분양이 안 돼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이자만 한 달에 7억 원 안팎이다. 1년이면 80억 원이 넘는 거금이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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