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59>해남-여주 호박 고구마

울퉁불퉁 붉은 빛깔 ‘보약 덩어리’
찬바람 불면 입안서 살살 녹는다

일반인이 흔히 알고 있는 고구마 품종은 크게 물고구마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자색고구마 등이 있다. 이 중 찬 바람이 부는 9월 하순부터 11월까지 수확되는 게 호박고구마다. 여름에 주로 수확되는 건 밤고구마다.

호박고구마는 속살이 호박색이고 단맛이 강해 2000년대 중반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호박고구마가 밤고구마를 제치고 인기를 얻은 건 먹는 방식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물기가 없고 조직이 치밀한 밤고구마는 주로 쪄먹을 때 좋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굽거나 샐러드에 넣어 날로 먹는 방법이 확산되면서 물기가 적당한 호박고구마가 제격이라는 것. 호박고구마는 구워도 촉촉한 기운이 남아 부드럽게 입속에서 녹는다. 또 샐러드로 먹을 경우에도 물기가 적당하고 식감이 아삭아삭해 고구마 중 가장 먹기 좋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 작물센터 정미남 연구관은 “밤고구마는 구우면 물기가 없어 뻑뻑해지지만 호박고구마는 적당한 수분을 함유해 달콤하고 촉촉한 맛이 난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구마는 저장이 쉬워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제철에 먹어야 싱싱한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요즘이 수확 적기인 호박고구마는 수확한 뒤 10일 정도 숙성시키면 전분이 당으로 바뀌면서 단맛이 가장 강해진다. 호박고구마는 당근, 토마토에 들어있는 항산화성분인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돼 있어 참살이(웰빙)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호박고구마는 연간 고구마 생산량에서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고구마 주산지인 전남 해남군은 전체 생산량 가운데 60%가 호박고구마다. 해남군 화산·황산면 황토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마그네슘 등 무기질 함유량이 많다. 해남지역 고구마 재배농가 700곳 중 169곳은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해남 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식이섬유, 무기질 성분이 많다”며 “황토가 고구마를 잘 자라게 하고 전분 함량이 높은 일등품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시는 또 다른 고구마 주산지다. 여주는 남한강변의 마사토 땅에 땅콩을 많이 심었다. 그러나 땅콩 수입이 늘면서 고구마가 농가 소득 작물로 부상했다. 여주의 마사토는 고구마를 동글동글 달고 예쁘게 만들어준다. 또 고구마가 한창 자랄 때인 8, 9월에는 일교차가 커 속을 꽉 채워준다. 현재 여주지역 농가 1000여 곳에서 고구마 2만5000t(1700ha)을 생산하고 있다. 최동기 여주시고구마연구회장(62)은 “올해 비가 많이 와 작황이 좋지 않은데도 재배농가가 늘어 지난해 10kg 한 상자에 3만 원 하던 게 올해는 2만 원으로 하락했다”며 “강변 마사토 토질로 질 좋은 고구마가 생산되는 여주 고구마를 많이 찾아 달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감자 크기 고구마(개당 150∼200g)를 가장 선호한다. 조리하기 편하고 먹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으로만 따지면 감자보다 알이 굵은 고구마(개당 200∼300g)가 가장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 연구관은 “고구마는 자란 토양 등 환경이 맛을 좌우한다”며 “고구마는 영양, 열량, 기능성을 모두 갖춘 식품”이라고 말했다.

해남=이형주·수원=남경현 기자 peneye09@donga.com

▶ [채널A 영상][新귀농시대]고구마의 달콤한 변신
▶ [채널A 영상]병충해 적고 수익은 높고…‘효자 작물’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