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충청]임상-기초의학 융합… 국제적 의생명연구소 꿈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일 03시 00분


순천향대 호흡기내과 박춘식 교수(왼쪽)가 교내 국가지정 ‘폐 및 호흡기질환 유전체 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과 데이터분석 자료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순천향대 제공
순천향대 호흡기내과 박춘식 교수(왼쪽)가 교내 국가지정 ‘폐 및 호흡기질환 유전체 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과 데이터분석 자료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순천향대 제공
“점점 세분화 돼가는 의생명과학 분야 연구들의 통합이 필요합니다. 이 분야의 연구가 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다학제적 연구체제도 필요하죠. 우리가 순천향의생명연구원을 설립한 이유입니다.”

순천향대 서교일 총장은 마치 야전군인처럼 순천향의생명연구원(SIMS)의 설립을 진두지휘한다. 내분비 내과 전문의이면서 대사질환 분야 연구자인 그는 이 분야의 연구 성과를 환자의 진료 현장으로 연결하는 ‘중개 연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의생명연구원 설립 박차

순천향대는 학교가 가진 첨단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의생명과학 분야 연구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성장 연구 분야인 대사질환, 줄기세포, 퇴행성질환, 재생의학 분야의 중개 연구를 위해 순천향의생명연구원(SIMS·Soonchunhyang Institute of Medi-bio Science)’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은 순천향대 의과대학 천안 캠퍼스에 인접한 옛 천안의료원(천안시 봉명동 39-1) 부지에 세워질 예정이다. 이 부지를 매입해 2014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은 이 연구원과 의생명융합대학원 설립을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100억 원씩 500억 원을 투지할 계획이다. 인력도 대폭 확보한다. 우선 최소 30여 명의 교수급 연구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연구원을 아시아 최고의 의생명연구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대사질환과 줄기세포 분야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이 있는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하고 있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전국 4개의 순천향대 부속병원에서 풍부한 임상 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이런 바탕 위에 능력 있는 교수와 우수한 연구진이 기초연구를 진행하면 임상과 기초 등 두 분야에서 유기적인 조화가 이뤄져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뇨환자의 다양한 임상 사례에 맞춰 개개인의 유전적 차이를 밝히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치료법 개발 및 합병증을 예측할 수 있는 진단방법 등을 개발해 아시아 최고의 의생명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의생명연구원의 연구는 의과대학과 의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수행한다. 여기서는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다양한 기초 및 응용 연구가 이뤄진다. 학교 관계자는 “연구원은 현장과 소통하고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며 “도쿄대의과학연구소(IMSUT)와 와이즈만연구소(WIS) 등과 협력 연구를 추진해 국제적인 의생명연구소로 도약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창의와 열정, 그리고 순천향 정신인 인간사랑,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의생명 연구기관이 되도록 하겠다”며 “의생명연구원이 국민과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대학과 대학병원의 발전을 가져오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풍부한 의료 인프라로 국제경쟁 나선다

순천향대는 1978년 순천향의과대학으로 출발했다. 그 이후 전국에 4개 부속병원을 두고 이들 병원을 중심으로 첨단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학은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을 전문화 해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의료생명과학 분야 특성화 단과대학으로 의료과학대를 설립했다. 2009년부터 3년간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인 ‘의약바이오인재양성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3년 현재 10여 개 관련 학부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특성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현장 밀착형 실습을 통해 전문 핵심 인력을 양성해 오고 있다.

21세기는 생명공학(BT)의 시대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는 세계 의료시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관련 학계나 업계에서는 융복합 의생명 분야의 학제적 연구를 통해 의료 산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새로운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의 중점 육성 분야로 의생명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연구개발 결과로 얻어진 지식재산권의 선점을 통해 독점적 산업화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의료 및 생명과학 기술은 기술 집약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인적 및 물적 인프라도 충분하다.

순천향대는 35년 전 의사가 설립한 최초의 사립 의과대학으로 출발했다. 의료 불모지나 다름없던 경북 구미와 충북 음성, 충남 천안 등지에 대학부속병원(총 2700병상)을 설립해 지방의 의료시설을 갖추었다.

‘질병은 하늘이 고치는 것이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도울 뿐이다.’ 설립자인 향설 서석조 박사는 이런 모토로 의술을 인술로 인식해 인간사랑의 씨를 뿌렸다. 이 건학이념은 5만여 순천향인들의 정신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대학은 4개의 부속병원을 갖춘 데다 의생명 관련 학과도 대학 전체 학과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해 폭넓은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의약바이오인재양성사업 및 LINC(Lab-based Industry Cooperation) 사업을 유치해 의약바이오 분야의 집중적인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순천향대는 의생명연구원 설립을 계기로 의생명 특성화 대학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 측은 의생명연구원이 생기면 4개 부속병원과 공동으로 임상 의학 분야와 기초 의학이 융합된 연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대사 질환의 하나인 비만 환자의 임상 시료를 활용해 비만이 심혈관 악화를 가져오는 원인 물질을 규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학교 관계자는 “비만 조절 인자를 밝혀낸다면 비만의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인류의 건강 증진이라는 순천향 정신을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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