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보성향교 ‘문묘용 제주’ 항일운동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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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때 ‘밀주’ 규정-압류에 반발… 유림 5000명, 정부에 기념관건립 청원

전남 보성군 보성읍 보성향교에는 22년 전 세워진 ‘유림항일사적비’가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관리들이 향교의 문묘용 제주(祭酒)를 ‘밀주(密酒)’로 규정해 압류한 것에 격분해 전국 유림들이 항일운동을 벌인 것을 기린 것이다. 보성항교가 당시 제사용 술의 조난사를 재조명하고 유림들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은 1921년 8월 일본인 관리가 문묘용 제주가 주세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봉인 압류하면서 촉발됐다. 유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일제는 70여 명을 붙잡아 10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옥고를 치르는 동안 청년 유림들은 보성향교에서 ‘전국유림궐기대회’를 열고 전국 160여 개 향교에 주세령 반대, 일본인 관리 탄핵 총궐기를 촉구하는 ‘경고팔도향교격문’을 돌렸다. 당황한 일제는 구속자를 석방하고 1927년 조선총독을 소환한 데 이어 1934년에 주세령을 고쳤다. 향교의 제사용 술은 임의로 만들 수 있도록 해 전국 향교에서는 관례대로 술을 빚어 사용하게 됐다. 현재 보성향교에는 격문 등 당시 관련 유물 40여 점이 보관돼 있다.

문묘용 제주를 둘러싸고 일제와 대립한 유림들의 항일운동사가 잊혀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보성지역 유림과 유족들은 1991년 향교에 ‘유림항일사적비’를 세웠다. 이후 ‘보성향교 문묘 제주 조난사건 항일 의거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념관을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기로 했으나 예산이 여의치 않아 지지부진했다.

수년째 표류하던 기념관 건립 사업은 올해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보성향교는 지난달 전국 5000여 명의 유림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보훈처 등 정부에 청원을 냈다. 채길삼 보성향교 전교(76)는 “기념관 건립을 통해 역사를 잊지 않고 항일독립정신과 올곧은 선비정신을 후세에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항일운동#보성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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