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한 나에게 따뜻한 배려… 충격 벗게 도와준 형사님 고마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 피해 여고생 강남서에 공개 감사글

‘성추행을 당했는데 형사님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드려요♥’

여고생 A 양(17)은 2일 서울 강남경찰서 홈페이지에 A4용지 한 장 분량의 감사 글을 올렸다. 성추행을 당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강남서 성폭력전담수사팀의 김용진 경장(31)의 세심한 배려로 힘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성추행 피해자가 경찰서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감사 글을 올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A 양은 9월 21일 낮 12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강남구청역 인근을 걷다가 우연히 김모 씨(50)를 만났다. 김 씨는 자신의 승용차에 탄 채로 “내가 방송 관련 일을 하는데 길거리 캐스팅을 하고 있다. 시동을 꺼둘 테니 안심하고 타라”며 A 양을 유인해 조수석에 태웠다. 그 후 김 씨는 ‘짐승’으로 돌변했다. 1시간여 동안 강남 일대를 누비면서 A 양의 가슴과 엉덩이 등을 만졌다. A 양이 내리지 못하도록 왼손으로 계속 차를 운전하면서 오른손으로 마수를 뻗쳤다. A 양은 저항했지만 밀실이나 다름없는 달리는 차 안에서 눈물만 흘렸다. 욕정을 채운 김 씨가 논현동 인근에 내려준 뒤에야 풀려났다. A 양은 난생 처음 당하는 일에 큰 충격을 받아 사건 발생 두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김 경장은 A 양을 만나자마자 “범인을 꼭 잡아주겠다”며 안심시켰다. 극도의 흥분 상태여서 말을 더듬는 A 양에게 “네 말을 모두 믿는다.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천천히 잘 생각해보라”며 다독였다. 이후 A 양을 수서경찰서에 있는 강남권 성폭력피해인권보호센터로 데려가 피해 상황을 자세히 진술하도록 도왔다.

A 양은 “김 형사님의 질문마다 저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건 처리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친삼촌처럼 신경써줘서 정말 마음이 편했다”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형사님께 연락드리겠다”며 고마워했다.

김 경장이 소속된 성폭력전담수사팀은 경찰청이 올해 9월 전국 일선경찰서 52곳에 신설한 부서.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팀이다. 성폭력전담요원은 배치 전에 2주 동안 미세증거물 채취 요령 등 성범죄 수사기법과 피해자 보호 및 지원방법을 교육받는다.

경찰은 9월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원에서 김 씨를 체포해 감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의 지갑과 휴대전화 케이스, 차량에선 방송국 PD, 연예기획사 대표 등의 직함이 적힌 네 가지 명함이 발견됐다. 모두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사’였다. 또 김 씨의 휴대전화에선 ‘강남 날씬이 ○○○’ ‘홍대 쭉쭉빵빵 ○○○’ 등 지역과 신체특징이 이름과 함께 적힌 휴대전화번호 수십 개가 발견됐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성추행 피해자#형사#감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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