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한글의 원래 생일은 11월 4일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서울시, 6일 한글가온길 투어

“어, 이달 9일 노는 날이라고 했는데?”

지난해 말 한글날이 공휴일로 다시 지정됐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 달력이 제법 있어 헷갈리는 사람도 많다.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는 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 한글의 첫 생일잔치를 열고 ‘가갸날’이라고 불렀다.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에 기념식을 열었다. 한글의 생일이 10월 9일로 바뀐 건 1945년부터다.

한글은 창제만으로도 지배계급을 공포로 몰아넣은 혁명이었다. 한글이 진정 혁명이라면 광화문과 세종대로 일대는 ‘혁명의 성지’다. 한글이 창제된 경복궁을 비롯해 세종대왕 동상, 한글학회, 주시경 선생 집터 등이 몰려 있다. 특히 구세군회관과 새문안교회 사이에서 올라가는 새문안길에는 한글의 역사와 흔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빌딩 숲 속 나지막한 5층짜리 빨간 벽돌 건물에 불과하지만 조선어학회 사건 등 숱한 가시밭길을 걸어 한글을 지켜낸 한글학회의 정신이 살아있다.

길을 따라 500m가량 올라가면 일제강점기 한글 연구와 보급을 계속한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의 집터가 나타난다. 집터 위에 자리 잡은 주상복합건물의 이름은 우연히도 ‘용비어천가’. 훈민정음으로 간행된 최초의 작품이다. ‘샘이 깊은 물은/가뭄에 아니 그칠 새/내가 되어 바다에 가나니…’ 한힌샘 주시경 선생의 마르지 않는 한글사랑이 이어지는 듯하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작은 정원인 ‘세종예술의 정원’이 원래 장예원(노비문서와 관련 소송을 담당하던 관청) 터였다는 것도 재미있다. 세종대왕의 한글 보급은 노비의 인권 신장에도 기여했기 때문. 지대를 제때 내지 않았다고 호통치는 양반에게 문리를 깨친 노비가 한글편지로 반박한다. “나리. 지난해엔 제대로 보냈습니다. 올해는 가뭄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 토지사용료를 조금 줄였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6일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로 가면 더욱 풍성한 한글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주변 한글 이야기를 수집·발굴해 ‘한글가온길 스토리텔링 투어’ 체험행사를 이날 진행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분마다 이야기꾼과 함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코스 주요 지점에 △이야기 재연극 △‘한글 숨바꼭질’ △‘한글 10마당’ 등 재미난 요소도 첨가했다. 자세한 문의는 시 관광정책과(02-2133-2817)나 행사 사무국(02-711-2216)으로 하면 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한글날#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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