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허간소화 이후 운전미숙자 양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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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
주행 연습 따로 안하면 운전못해… 독일-핀란드 등 제도강화와 상반

“운전면허증을 돈 주고 산 기분이네요.”

7월 운전면허전문학원에서 면허를 딴 서모 씨(31·여)는 최근 학원에 40만 원을 내고 도로연수 재수강을 등록했다. 면허를 받긴 했지만 직접 차를 몰고 도로에 나서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서 씨는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 것 정도”라며 “도저히 혼자 운전을 할 자신이 없어 도로주행을 연습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 씨가 운전면허전문학원을 다니면서 도로에서 차를 운전한 횟수는 3차례, 총 6시간에 불과했다.

한국은 지난해 자동차 1만 대당 2.4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30위다. 하지만 한국은 ‘면허 취득이 쉬운 나라’에 속한다. 독일 핀란드 등 교통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이 운전면허 취득을 점차 까다롭게 만들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2011년 6월 운전면허 교육시간을 대폭 줄인 자동차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가 시행된 뒤 S자·T자 코스, 언덕주행 등 11개에 달하는 운전면허 기능시험 중 고난도 항목은 시험에서 제외됐고 차로 준수와 돌발 급제동 등 2개 항목만 남았다. 기능시험 주행거리도 700m에서 50m로 대폭 줄어들었고 의무교육 13시간만 받으면 운전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다.

운전면허 간소화 시행 전 연간 110만 명 수준이었던 운전면허 발급자는 급증해 지난해 134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면허 간소화 정책이 운전 미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허억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나치게 효율성만 강조하다 보니 더욱 중요한 안전성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허 처장은 “정부가 선진국의 예를 들면서 간소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30∼50시간의 안전 교육을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한국 운전면허#운전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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