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통진당 대리투표 45명 무죄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檢 “헌법에 정면 배치되는 판결” 반발… 대구-광주지법 유죄 판결과 달라

서울중앙지법이 통합진보당의 당내 경선 대리투표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내 경선에서는 직접·비밀 등의 선거 원칙이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를 뽑는 당내 경선의 의미를 도외시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정합의35부(부장판사 송경근)는 7일 19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을 위해 지난해 실시한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업무 방해)로 불구속 기소된 최모 씨(48) 등 전현 통합진보당원 45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통진당 대리투표와 관련해 기소된 400여 명의 재판이 전국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에 선고가 난 사건은 모두 유죄였다.

재판부는 “공직 선거 후보자 추천을 위한 당내 경선의 경우 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하거나 선거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정당의 자율성이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며 “헌법이나 법률에 보통·직접·평등·비밀 선거 등 공직 선거의 4대 원칙이 당내 경선에서도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대리투표로 인한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가족, 직장 동료, 거래 관계인 등 일정한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위임을 받아 대리투표를 했고, 조직적으로 대리투표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대부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1인 1표를 위임받았고, 최대 4표까지 위임받았다”며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된다”고 했다. 한 명이 4표의 대리투표를 한 행위도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이번 무죄 판결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통·직접·평등·비밀 선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에는 당연히 헌법상 공직 선거의 4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부정 경선은 당내 민주주의 확보라는 헌법의 기본정신마저 훼손하고 있는데 대리투표 행위를 통상적인 수준이라며 무죄로 판단한 것은 지나치게 법조문에만 얽매인 판결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해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비리 의혹을 수사해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판결이 난 최 씨 등 45명은 인터넷 투표를 하면서 다른 당원에게 자신의 인증번호를 알려줘 대리투표를 하게 하거나, 다른 당원의 인증번호를 알아내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1월 대구지법에서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허모 씨(40·여)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7월 광주지법에서는 윤모 씨(48)와 나모 씨(48)에게 각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유죄를 선고한 법원은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을 위한 당내 경선은 정당의 대표자나 대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와 달리 간접적으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절차”라며 “공직 선거의 4대 원칙을 전제로 진행된 전자투표에서 다른 당원 명의로 투표를 한 것은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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