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대회 4∼6일 개최
내외국인 선수들 자연경관 극찬 “세계적 대회로 성장할 발판 마련”
제주의 들판을 온통 은빛으로 물들인 억새 사이를 달리는 ‘2013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가 4일부터 6일까지 열렸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회와 ‘A플랜’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는 700여 명이 참가했다. 가시리지역 오름(작은 화산체) 등을 무대로 ‘5km 오름 트레킹’, ‘10km 오름 마라톤’과 3일 동안 달리는 100km 레이스 등 3종목이 열렸다.
주 종목은 100km 레이스로, 참가 선수 91명이 한라산 정상(20km), 해안(40km), 오름(40km) 등을 3일에 걸쳐 달렸다. 이 레이스는 중간지점에 주최 측이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지만 참가자들은 물병, 재킷, 생존담요, 비상식량 등을 배낭에 짊어지고 달려야 한다. 기자가 그들과 함께 100km를 달리며 대회를 직접 체험했다.
○ 스테이지 레이스의 묘미
한라산 정상 백록담 분화구에 섰을 때 황홀하리만큼 선명한 경관에 참가자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멀리 추자도는 물론이고 서귀포의 시가지와 섬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둘째 날 해안코스는 바다 풍광의 진수를 보여줬다. 파도가 몸을 적시기도 했고 길가에 널어놓은 미역에서 싱그러운 해초 내음이 풍겨왔다. 달리면서 순비기나무의 보랏빛 꽃, 무리지어 피어난 개쑥부쟁이, 애기달맞이꽃 등 야생화에 취했다. 마지막 날은 해발 400m 안팎의 오름을 8번이나 오르내려야 하는 난코스이지만 은빛으로 물든 억새의 향연을 즐기느라 레이스를 잠시 멈추는 이들이 많았다.
100회 이상 철인대회에 참가한 임석민 씨(67·경기 양주시)는 “코스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최창욱 씨(27·울산대 정외과 4년)는 “해안암반, 모래사장 등을 달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며 “당일 레이스를 끝낸 뒤 사우나를 하고 근처에서 맛있는 회를 먹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 가능성
100km 레이스는 여성, 외국인 참가자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는 50명 가운데 여성 7명, 외국인 1명이었으나 올해는 여성 19명, 외국인 9명으로 늘었다. 팀으로 참가한 이종이(52) 최수진 (25) 모녀는 “새로운 추억을 쌓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며 “이색적인 레이스를 함께 달릴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외국 선수들은 제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일본인 이시다 다카히로 씨(石田高廣·36)는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달리는 도중에 체력이 소모되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며 “스테이지 레이스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동생과 함께 참가한 프랑스인 로만 드메어 씨(27)는 “홍콩 트레일 러닝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지만 제주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처음이다”며 “기회가 된다면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두 번째 대회로 경기운영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외국인을 위한 준비도 미흡했지만 세계적인 대회로 나아갈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안병식 A플랜 대표는 “20, 30대 젊은층과 해외 참가자의 만족도가 높다”며 “대회 준비와 운영에 공을 들여서 내년에는 더욱 알찬 레이스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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