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마지막으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율형공립고에 대한 예산 지원이 올해 대폭 깎였다. 갑작스러운 정책 폐지 방침에 약속된 예산까지 삭감되자 자공고 현장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서상기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공고 예산지원현황’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전국의 자공고 116곳 가운데 97곳(83.6%)에 대한 예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 이미 맺은 계약까지 예산 없어 취소
자공고 정책은 일반고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주고 낙후된 지역에 우수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9년 발표됐다. 5년의 자공고 지정기간 동안 매년 2억 원씩 재정을 지원해준다. 이 중 1억 원은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으로, 나머지 1억 원은 지방교육청이 맡는다.
하지만 교육부 지원현황을 보면 운영 첫해인 2010년 지정된 19곳만 올해 1억 원씩 지원됐다. 나머지 학교들은 △60곳에 6750만 원씩 △32곳에 7500만 원씩 △5곳에 6000만 원씩 지급됐다. 지난해까지는 자공고로 지정된 학교 모두 매년 1억 원씩 받았다. 지방교육청도 교육부의 조치에 따라 예산지원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인 요구가 많아졌다. 부득이하게 학교 정원을 기준으로 자공고 예산부터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자공고 측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서울의 A자공고 교장은 “이미 예산에 맞춰 프로그램을 다 짜놓았다. 일방적인 지원 삭감 통보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충북의 한 자공고 교장도 “교사들 연구비 지원까지 끝난 상태다. 학생들의 연구수업을 위해 해놓은 계약까지 취소할 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 교장 5명 중 4명 “자공고 폐지 반대”
교육부는 최근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 시안’을 발표하면서 지정기한이 끝나는 2018년을 마지막으로 자공고를 없애겠다고 했다. 자공고의 우선선발권도 2015학년도부터 없어진다. 고교 서열화를 초래했다는 게 이유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운영 중인 자공고에 대한 지원은 약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공고 전면 폐지 발표에 예산까지 삭감되자 교육 안정성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정책의 핵심은 신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 현장에서 능동적이고 건설적인 움직임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공고 폐지 정책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서상기 의원실과 함께 116곳 전체 자공고 교장을 대상으로 자공고 폐지 방침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94곳(81.0%)의 교장들이 자공고의 일반고로의 일괄 전환에 반대했다. 찬성과 중립은 각각 9.5%였다. 대부분의 교장들은 전체 자공고 폐지가 자공고의 순기능까지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애초 계획대로 평가를 통해 자공고 지정 연장을 결정해 우수 학교는 장려하고 문제가 되는 학교만 배제하면 된다는 얘기였다.
동아일보가 최근 입시정보업체인 ㈜하늘교육과 함께 최근 일반계 고교 1666곳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자공고의 선전은 눈에 띄었다. 시도별 상위 20곳에 21곳의 자공고가 포함됐다. 청원고(충북 1위), 점촌고(경북 3위), 충남고(대전 4위) 등 최상위권도 있었다.
서상기 의원은 “‘자공고 죽이기’는 ‘일반고 살리기’가 아닌 하향 평준화에 가깝다”면서 “일부 교육특구로 우수 학생이 몰리는 상황에서 자공고는 낙후된 지역에서도 인재를 키우는 훌륭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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