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9시 반 전남 화순군 동면 복암리 복암 갱도. 장준현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 부장판사를 비롯해 판사 3명이 광원 작업복을 입은 채 안전모에 장착된 등을 켰다. 이어 컴컴한 갱도를 따라 이동해 열차를 탔다. 열차는 ‘크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암흑 속으로 내려갔다. 폭 3m의 1갱도를 따라 10분 정도를 내려가자 평평한 통로가 나타났다.
장 부장판사 등은 100m를 걸어 다른 열차를 탔다. 열차는 2갱도를 따라 땅속으로 10분을 더 이동한 뒤 멈췄다. 지하 639m(지표 480m) 깊이인 복암 갱도 끝 18층 작업장이었다.
장 판사 일행은 작업장 18층부터 6층까지를 거슬러 올라가며 지하수 유입량, 배수파이프 및 저수조 용량 등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갱도는 자연바람과 인공통풍이 더해져 시원했지만 작업장은 찜통이었다. 이성우 화순광업소 소장(57)은 “석탄가루가 날리는 작업장은 실내온도가 38도까지 오른다”며 “힘든 여건에서 광원 116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판사들이 639m 갱도까지 내려간 것은 ‘찾아가는 열린 법정’의 일환이었다. 복암 갱도는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가 1980년대 초부터 개발한 무연탄 탄광이다. 길이 2km로 현재 17, 18층 작업장은 채굴 중이다. 갱도 위 땅에는 농경지 등이 있다.
복암리 주민 51명은 지난해 9월 “복암 갱도 채굴작업으로 계곡물이 말라 농경지 9만3000m²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며 화순광업소를 상대로 9억5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화순광업소 측은 “복암 갱도는 지하 400m부터 채굴작업이 이뤄져 계곡물이나 지하수 고갈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934년 문을 연 화순광업소는 전국 무연탄 탄광 5곳 중 1곳이다. 호황일 때 화순광업소 광원과 농민은 한가족처럼 지냈다. 석탄산업이 쇠락의 길을 걷고 농업용수 문제까지 불거져 6년 전부터 갈등이 커졌다. 7, 8일 마련된 열린 법정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재판부는 땅값 감정 등을 거쳐 결심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 판사는 2시간 반 동안 현장검증을 한 뒤 “탄광에서 지하수 유량 등을 직접 확인해 복잡한 사안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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