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善人을 기리며… 분당 상희공원서 6년째 음악회

1991년 민가 추락 피해 전투기와 산화… 故 이상희 대위 고향서 추모행사
인근 주민들 뜻모아 지역축제 발돋움… 공원 유래 등 담긴 소식지도 만들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3동 상희공원에서 올해 5월 개최된 상희공원 음악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민가를 피해 추락하는 전투기와 함께 산화한 공군 대위를 기리는 공원에서 신도시 주민들이 힘을 모아 6년째 음악회를 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3동 주민들이 주인공이다. 음악회가 열리는 곳은 순직한 대위의 이름을 딴 상희공원.

故 이상희 대위

1991년 12월 전투기 비행 훈련 중이던 이상희 대위(당시 중위)의 전투기가 다른 전투기와 충돌했다. 교관은 비상 탈출을 했지만 이 대위는 광주 서구 덕흥마을 민가로 추락하는 전투기의 기수를 돌리기 위해 탈출하지 못했다. 전투기 블랙박스에는 “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앗, 전방에 마을이 보인다. 탈출이 불가…”라는 이 대위의 음성과 긴박한 교신 내용이 남아 있었다. 이 대위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전투기는 민가에서 10여 m 떨어진 미나리 밭에 떨어져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성남시는 1995년 이 대위가 나고 자란 야탑동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그를 기리기 위해 상희공원으로 이름을 지었다.

공원 주변 주민들로 구성된 ‘상희공원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 30여 명은 12일 이곳에서 제11회 상희공원 그린콘서트와 부대 행사로 유치원생 및 초중고교생이 참가하는 그림·글짓기 대회를 개최한다. 2008년 이 대위의 장한 뜻을 알리기 위해 1회 음악회를 연 뒤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 열고 있는 행사다. 첫 대회 개최 비용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았고, 행사는 학예회 수준으로 조촐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점차 음악회의 취지가 알려지고 참가자가 늘면서 성남시는 물론이고 경기도까지 후원하는 행사로 규모가 커졌다. 그동안 K-클래식 보컬그룹인 유엔젤보이스, 세계적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 등 유명 음악인들이 번갈아 무료로 출연하면서 음악회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올해 5월 개최된 제10회 상희공원 그린콘서트와 부대 행사인 청소년가요콘서트는 출연 학생 200여 명에 주민 등 800여 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학생들이 만든 글라이더와 태양광전지판을 이용한 태양광 집이 소품으로 쓰였다. 또 성남 시내 8개 고교 과학동아리 교사와 학생들이 과학체험부스를 만들어 태양안경 만들기, 보석감별법, 글라이더 만들기 등의 체험 행사도 진행됐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4쪽짜리 음악회 소식지를 손수 만들었다. 소식지는 상희공원의 유래와 음악회 안내, 학생기자 14명이 직접 취재한 동네의 자잘한 사연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12일 열리는 음악회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야탑초 음악부와 상탑초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하는 1부와 유엔젤보이스가 꾸미는 2부 무대로 이뤄진다. 상희공원을 사랑하는 모임 장성숙 대표(55·여)는 “이 대위의 숭고한 뜻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조촐한 행사가 성남시를 대표하는 주민축제로 발돋움했다”며 “더 많은 주민이 동참할 수 있는 알찬 행사로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