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학연과 지연이 없어도 실력을 갖추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방대생이라도 꿈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습니다.”
대전의 배재대를 나와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로 임용돼 화제를 모았던 정해명 교수(47)가 지방대인 모교 후배들을 위한 멘토로 나섰다. 지난달 말 배재대를 찾아 ‘꿈을 가지고 날개를 펴라’를 주제로 강연한 데 이어 e메일 등으로 멘토링 활동을 펴고 있다.
정 교수는 “강연 이후 유학에 대해 문의하는 후배들이 생겨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있고 무엇보다 빨리 꿈을 세워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대학생이라면 아주 구체적이기는 어려워도 대체적인 꿈의 방향은 설정해야 거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배재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오리건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물리학과 지질학으로 2차례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외 유학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그는 도서관에 가장 먼저 나와 가장 늦게 들어가는 ‘열공’을 했다.
그는 꿈을 세우고 유학을 결심한 이상 끝을 보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유학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이런 다짐을 했어요. ‘박사학위를 받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 학위를 받지 못하면 거기서 그대로 뼈를 묻겠다’고 말이죠.”
산업 재해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보상금으로 유학 비용의 상당 부분을 마련한 것이어서 그 결심은 더욱 굳을 수밖에 없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라는 배재대의 교훈은 2002년 그가 최고의 교수로부터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그의 지도교수인 �이치로 카라토 교수는 맨틀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었지만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막말로 상처를 주는 일도 허다했다. 그래서 지도를 받겠다고 희망한 학생들이 하나같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가 버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모든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카라토 교수의 첫 번째 박사학위 제자가 됐다. 그의 박사논문 ‘물이 지구 상부 맨틀의 주요 광물인 감람석의 소성변형과 미세구조에 주는 영향(Effects of water on the plastic deformation and deformation microstructure of olivine)’의 일부가 재작성돼 최고의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340여 회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에 인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높다.
정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2006년 서울대 교수 공채에 응모했다. “처음에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내심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니 연구 실적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어요.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면접에 응했죠.”
그가 지방대생에게 희망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서울대 교수가 됐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연구 중인 암석 변형 및 지진 발생 메커니즘 분야를 공부하겠다고 외국으로 유학 가겠다는 학생들이 있으면 말리고 있다”며 “우리가 세계적으로 이 분야 연구를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한 지진의 발생으로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보다 정확한 지진 예측 연구로 인류에 공헌하고 싶다는 정 교수는 “앞으로는 모교는 물론이고 지방대 후배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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