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장례식장에 모친 시신 놔둔채… 부의금 들고 튄 삼남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2일 03시 00분


대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올 5월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유모 씨의 시신이 아직도 보관돼 있다. 유 씨가 지병으로 이 병원에서 2개월간 치료를 받다 숨지자 아들 김모 씨(38) 등 세 자녀는 3일장을 치르기로 하고 조문도 받았다. 그런데 발인일에 세 자녀는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장례식장 이용비, 시신 보관료, 그리고 2개월간 입원 치료비를 계산하지 않았다. 어머니 시신은 병원에 그대로 남겨 둔 채였다. 부의금은 모두 챙겨갔다.

병원 측은 처음에는 유족이 경황이 없어 계산을 잠시 잊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도 유족은 소식이 없었다. 병원 측은 유 씨가 입원할 당시 기록된 보호자 연락처 등을 통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 측은 대전 둔산경찰서에 김 씨 등을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병원 관계자는 “유족이 계산하지 않은 금액은 입원 치료비 700만 원, 장례식장 이용비 300만 원, 5개월여간 시신 보관료 500만 원 등 모두 1500만 원에 달한다. 자식이 부모 시신을 버려두고 연락을 끊은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혀를 찼다.

경찰은 “자녀들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여러 이유를 대며 (출석을) 미뤘다. 하지만 최근에 14일경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 을지병원#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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