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는 꽃게, 갈치 등과 함께 양식이 쉽지 않은 어종이다. 일반 어류와 달리 체내수정을 하는 데다 어미 낙지의 알이 100∼150개로 다른 어류보다 적기 때문이다. 부화 직후부터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공식(共食) 습성도 대량 종묘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다. 민간에서는 2002년에 인공 부화에 성공했으니 영세성, 경제성 때문에 양식 사업이 중단됐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이 낙지 종묘(새끼)를 육상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는 낙지를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5월 진도 해역에서 포획한 어미 낙지 암수 400여 마리로 신안군 지도읍 국제갯벌연구센터에서 시험 연구에 착수했다. 바닷물 냉각시설과 자동공급시설, 순환·여과 장치 등을 갖춘 배양동에서 5개월 동안 짝짓기, 산란, 부화 등의 과정을 거쳐 최근 어린 낙지 1만여 마리를 생산했다.
국제갯벌연구센터는 낙지가 산란에 2개월, 부화에 3개월이 걸리고 어미 낙지의 산란율이 70∼80%로 낮아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했다. 수온을 인공 부화에 최적 온도인 18도로 유지하고 ‘공식 현상’을 막기 위해 부화하자마자 3일 안에 방류하는 방법을 택했다. 국제갯벌연구센터는 어린 낙지를 11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서남해안에 방류할 계획이다. 방류 지역은 국제갯벌연구센터가 ‘낙지목장’으로 조성 중인 신안군 장산도 해역, 무안군에서 낙지 산란시기 조업 금지 구역으로 지정한 탄도만 해역, 종묘 생산용 낙지를 채취한 진도군 초사리 해역이다. 이경식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국제갯벌연구센터장은 “이번 종묘 생산 성공을 계기로 내년부터 연중 10만 마리 이상을 생산해 방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2016년까지 12억 원을 투입해 대량 종묘 생산 기반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전남도가 낙지 종묘 대량생산에 나선 것은 해마다 어획량이 줄기 때문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낙지 소비량은 5만여 t이지만 어획량은 15% 안팎인 5799t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어획량은 2008년 7900t에서 2010년 6954t, 2011년 6445t으로 매년 줄고 있다. 전국 어획량의 62%를 차지하는 전남지역도 2008년 5477t에서 지난해 3619t으로 5년 만에 40% 가까이 감소했다. 전남의 낙지 연간 소득은 903억 원에 달한다. 전남도는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낙지 서식지인 갯벌이 매립되고 연안 환경 오염과 남획으로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 여파로 수산물 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낙지 값은 예년에 비해 2배나 올랐다. 김경호 목포·신안수협 중매인협회장은 “지난해 이맘때 2500원 선이던 세발낙지 한 마리 경매 가격이 요즘은 5000원 안팎에 이르고 있다”며 “개체 수가 줄어든 데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 갯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낙지가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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