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료 인상에 승객도 기사도 불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요금 올려도 불친절 여전” “사납금도 올라 이득 없어”
전국 15개 시도서 평균 20% 올라… 버스 가스 등 다른 공공요금도 들썩

서울 택시 기본요금 3000원으로 올랐는데...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윤모 씨(26·여)는 13일 새벽 퇴근길에 택시 때문에 분통을 터뜨렸다. 오전 1시경 주말야근을 끝내고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자취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서는 택시마다 “기본요금 거리라 안 간다”, “인천으로 가는 차다”라며 그냥 가버렸다. 홍익대 앞까지 10분을 걸어가서 겨우 택시를 잡은 윤 씨는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다는데 서비스는 최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말인 12일 밤 서울 시내 번화가 곳곳의 풍경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서울 종로, 강남역 일대 등에서는 승객들을 골라 태우는 ‘얌체 택시’의 행태가 여전했다. 택시운전사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행선지를 묻고는 승객을 놔두고 그냥 가버리기 일쑤였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2일 오전 4시부터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다. 2009년 이후 4년 만의 인상이다. 서울시는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운전사 처우가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요금 인상을 계기로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회사원 권모 씨(34)는 “사납금과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요금이 올라도 손님만 불편하고 운전사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택시운전사들의 불친절과 횡포가 없어질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의 주요 명분으로 택시운전사 월급제 정착 유도를 꼽았지만 상당수 택시회사들이 요금 인상과 거의 동시에 사납금을 올리고 있어 택시운전사들은 여전히 손님 골라태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법인택시운전사 한모 씨(52)는 “매일 회사에 내는 사납금이 10만5000원인데 곧 13만 원으로 오른다”며 “그에 반해 월급은 20만 원밖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류비 지원 확대와 기본요금 인상으로 오르는 사납금은 채울 수 있겠지만 종전보다 손에 쥐는 돈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납금 부담이 없는 개인택시운전사들은 요금 인상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개인택시운전사 송모 씨는 “한 달에 50만∼60만 원을 더 벌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부 개인택시운전사들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요금 인상으로 손님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택시요금 인상은 다른 공공요금 인상까지 덩달아 불러오면서 물가 인상을 압박할 우려가 크다. 13일 안전행정부 지방물가정보 공개서비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중형택시 평균 기본요금은 2740원으로 지난해 11월 말 2382원에 비해 약 15% 올랐다. 올해 1월 부산 대구 울산의 택시 기본요금이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일제히 인상된 데 이어 대전 충북 강원 등 15개 시도에서 요금이 올랐다. 순수 기본요금만 놓고 보면 최고 27%까지 인상됐고 거리·시간 요금제를 함께 계산해도 20% 안팎의 인상폭이다. 운송거리가 넓은 전남지역은 평균 기본요금이 3200원을 넘어섰다.

경기는 이달 중 인상된 요금제가 시행되고 인천은 연말 중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연말까지 전국 17개 시도가 모두 택시요금을 인상하게 된다.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기본요금을 4000원으로 올리거나 검토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요금의 인상 폭은 시내버스료와 전철료, 도시가스료, 상하수도료 등 지방공공요금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에 하수도료는 4.9%, 도시가스료는 4.7%, 상수도료는 2.2%, 시내버스료는 1.7% 올라 택시 기본요금 인상률 15%와는 차이가 크다. 물론 택시요금 인상이 4년 만에 이뤄지긴 했지만 택시의 경우 시민들이 이용할 때마다 바로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인상에 대한 체감도는 다른 공공요금보다 훨씬 크다.

이성호·이은택·백연상 기자 starsky@donga.com
#택시료 인상#기본요금#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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