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적인 출생신고와 입양할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입양특례법이 지난해 시행된 이후 갓난아이 유기 건수가 급증하고 국내외 입양은 오히려 위축되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영아 유기 현황’에 따르면 2009년 이후 1세 미만 영아 유기 건수는 매년 늘어 올해는 7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128건)보다 43건이나 많은 171건에 이르렀다. 특히 ‘베이비박스’에 내놓은 영아는 2011년, 2012년 각각 22건(21.0%), 67건(52.3%)으로 늘다가 올해 7월 현재 134건(78.4%)이나 됐다.
많은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영아 유기가 늘어난 원인으로 지난해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을 지목한다. 이 법은 친부모의 의무적인 출생신고와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를 명시했다. 입양아가 나중에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입양 과정에서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친부모에게 인적 사항 및 사생활 노출의 부담을 줘 유기 건수가 늘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베이비박스가 있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가 보관한 부모들의 편지에는 ‘입양특례법으로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입양법이 바뀌어 할 수 없이 왔다’는 내용이 13건이나 있다. 허남순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입양 보내는 대부분의 부모가 미혼모이기 때문에 아이 이름을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는 것에서 큰 부담을 느낀다. 입양특례법이 입양보다는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를 늘리는 데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올 들어 입양된 아이 수도 크게 줄었다. 복지부의 ‘연도별 국내외 입양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880건이던 입양 건수는 올 6월 기준 356건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복지부는 베이비박스 때문에 영아 유기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이현주 복지부 아동정책과 팀장은 “베이비박스가 여러 번 온정적 이미지로 언론에 나온 뒤 미혼모에겐 ‘안심하고 아기를 버릴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됐다. 베이비박스 존재 자체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베이비박스 문제 해결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베이비박스가 무허가시설이지만 정부가 철거·운영정지 같은 행정조치를 내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식 입양단체에 아이를 맡기라는 안내문을 베이비박스 근처에 붙여놓을 뿐이다.
김 의원은 “입양특례법과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영아 유기율을 낮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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