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분통 터지는 도로’ 르포]⑤ 서울 연신내역 사거리
편도 3차로… 중앙버스전용차로-도로변 정류장들이 2개 차로 점령
“중앙버스전용차로 때문에 편도 2차로에 그 많은 차량이 몰리는데 그마저도 승용차와 버스가 뒤엉켜 다녀 교통지옥이 따로 없어요.”
서울 은평뉴타운 아파트에 사는 조태형 씨(40)는 도심으로 나가기 위해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역 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속이 터진다. 은평구, 경기 서북부에서 서울 도심으로 나가는 관문인 이곳은 언제나 차량이 몰려든다. 특히 왕복 6차로, 편도 3차로인 이곳 통일로 구간에 2010년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긴 뒤 일반 차로의 혼잡도는 더욱 심해졌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운전자들의 ‘반칙운전’도 끊이지 않는다. 조 씨는 “출퇴근 시간대는 너무 막혀서 아내를 용산에 있는 직장에 데려다주려면 오전 7시 전에 출발해야 8시 반까지 도착할 수 있다”며 “어지간하면 이곳을 피해 세검정 쪽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7, 8일 이틀간 지켜본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신내역 사거리는 통일로 왕복 6차로와 연서로 왕복 5차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간선·지선·마을버스를 포함해 사거리 반경 300m 이내에 있는 버스 정류장만 총 14개. 중앙 정류장 2개를 제외한 12개가 도로변에 있는 정류장이다. 도로변 정류장에 서는 버스들은 전용차로인 1차로로 다니지 않고 승용차와 함께 일반 차로로 다닌다.
7일 오전 8시경 불광역 방향 2, 3차로에 길게 늘어선 승용차 사이사이로 버스가 끼어들었다. 버스가 도로변 정류장에 정차해 승객을 태우는 동안 뒤에 선 승용차들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퇴근 시간대에도 비슷한 광경이 계속됐다.
사정이 이러니 빨리 도로에 진입하려는 운전자들의 꼬리 물기도 심했다. 사거리 네 방향 모두 초록색 보행자 신호에도 횡단보도를 점령한 차량들 사이로 시민들이 위험하게 길을 건너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노란색 차량신호로 바뀌었지만 정지하지 않고 오히려 속도를 높여 재빠르게 사거리로 진입하는 차량도 많았다. 초록색 보행자신호 때문에 횡단보도 위에 멈춘 차량들은 시민들이 다 건너갔다 싶으면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출발하기 일쑤였다.
여기에 수시로 도로변에 정차하는 택시와 승용차는 정체를 더 심화시켰다. 8일 오후 5시 50분경 지하철 3, 6호선 연신내역 2번 출구 앞 통일로 3차로에 흰색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순식간에 신호가 바뀌고 은평경찰서 방향에서 우회전하는 차량들이 몰려들었다. ‘빵빵빵.’ 날카로운 경적과 함께 차량들이 급정거를 했다. 흰 승용차 탓에 3차로가 막히고 1차로는 버스전용차로이기 때문에 차량들이 갑자기 2차로를 한 줄로 통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먼저 가려다 뒤엉켜버린 것. 똑같은 풍경을 사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꽉 막힌 2, 3차로를 피해 버스전용차로를 질주하는 ‘반칙운전’ 오토바이도 많았다. 이날 1시간 동안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14대. 버스전용차로를 추월 차로처럼 이용하는 차량도 2대 있었다.
은평경찰서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에 약 4만8000명, 경기 고양시 삼송신도시에 약 1만5000명이 입주하면서 최근 통행량이 크게 늘었다”며 “신호체계를 변경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등 노력해도 해결이 쉽지 않다. 버스정류장 이전도 논의해 봤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진동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현재 서울시내 중앙버스전용차로 전체 구간의 약 40%가 이곳처럼 편도 3차로에 운영 중”이라며 “이로 인해 승용차 정체가 심해진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효과가 미미한 구간은 중앙 정류장 폐지, 가로변 정리, 승용차로 확장 등 다양한 개선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얌체 같은 끼어들기 △나만 생각하는 불법 주정차 △꼬리 물기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분통 터지는 도로’를 알려주세요. e메일은 traffic@donga.com, 전화는 02-2020-002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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