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번식하는 여름철새인 ‘팔색조’(천연기념물 제204호·사진)의 서식지가 숲 환경이 나아지면서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1960, 70년대와 현재의 팔색조 서식환경을 비교한 결과 개체수와 서식면적이 수십 배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1960년대는 해발 200m 이상 산간 일대가 목장용 초지 등으로 개발됐으며 계곡 주변이나 곶자왈(용암암괴 위에 형성된 자연림 지역) 등은 땔감용 벌채로 숲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팔색조 서식지는 해발 1600m인 한라산 영실 기암 인근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50년 동안 계곡과 곶자왈 등을 중심으로 사람의 간섭이 줄면서 숲 생태계가 살아나 팔색조가 해발 1000m 이하 지역에서도 관찰됐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원현규 박사는 “위성영상사진, 관찰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숲 생태계가 회복하면서 팔색조의 서식지가 넓어졌다”며 “산간지역과 계곡 일대, 곶자왈 등의 숲을 잘 유지하는 것이 멸종위기에 처한 팔색조를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팔색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5월 중순 제주에 들어와 10월까지 머물며 번식한다. 주로 지렁이를 먹기 때문에 습한 환경을 좋아하며 바위, 나무줄기 사이에 둥지를 짓고 4∼6개의 알을 낳는다. 몸길이는 18cm가량으로 깃털과 몸통의 다양하고 화려한 색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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