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인 아내는 서양화가인 남편 어깨너머로 미술을 배웠다. 다섯 자녀와 시부모 뒷바라지로 젊은 시절을 보낸 아내는 남편의 그림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아내의 마음을 알아차린 남편은 붓 하나를 선물했다. 그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아내는 남편과 야외 스케치를 다니며 내공을 쌓았다. 처음에는 남편 화풍을 따랐지만 점차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갔다. 산과 꽃, 강 풍경을 점을 찍는 화법으로 표현해 주위에선 ‘늦깎이 화가’의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찬사를 보냈다. 아내는 평생의 반려자이자 예술의 동반자인 남편과 단둘만의 전시회를 열고 싶었다.
임순임 씨(64)는 22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광주 북구 중흥동 자미갤러리에서 남편 노의웅 씨(70·전 호남대 예술대학장)와 함께 부부전을 연다. 붓을 잡은 지 22년 만이다. 남편 노 씨는 대학 강단에서 30년 넘게 미술을 가르치며 폭넓은 작품 활동을 해 온 원로 화가다.
부부는 강원 정선으로 5월 한 달간 스케치 여행을 다녀왔다. 무작정 떠난 길이었는데 동강의 풍경에 반해 한 달이나 그곳에 머물렀다. 임 씨는 전시회 팸플릿에 그때 심경을 이렇게 적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라는 것이 가슴 벅찬 행복입니다.”
서로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다르지만 부부의 작품은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고즈넉한 고향 길을 걷는 듯한 포근한 분위기가 그렇다. 43년을 함께 살아온 세월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 든 것일까. 전시회에서는 노 씨의 작품 25점과 임 씨가 그린 7점을 선보인다. 062-410-8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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