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30m ‘헬기 장풍’ 날리자 中어선 철판성벽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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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 해경, 불법조업 맞서 서해 ‘新적벽대전’

해경, 서해 불법조업 단속 '新적벽대전'
16일 오후 3시 반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서북쪽 52km 해상.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팬더 헬기(AS565)가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 10척을 발견했다. 이 해역은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이다. 헬기를 조종하던 양회철 경감(47)이 이를 인근에 있던 목포해경 소속 3009함에 알렸다.

3009함 조타실에 있던 김수현 서해해양경찰청장은 주변에 있던 해경 경비함 5척의 집결을 명령한 뒤 단속 작전을 논의했다. 오후 5시 3009함 등 경비함 6척은 불법조업 중국 선단이 발견된 해상에서 5km 떨어진 가거도 서북쪽 47km에서 특수기동대원들이 탄 고속단정 5척을 내렸다. 고속단정 5척은 쏜살같이 도주하는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을 추격했다.

고속단정에 탄 대원들은 오후 5시 10분 가거도 서북쪽 58km까지 6km 정도를 달아난 ‘요대하어 15007호’(80t급) 등 불법조업 중국 어선 6척에 승선하려 했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어느새 모두 높이 1.5m가량의 철판들을 선체 좌우에 설치해 성벽을 만들었다. 철판 윗부분에는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30cm 간격으로 꽂혀 있었다. 대원들의 승선을 막기 위해 쇠꼬챙이 철벽을 세운 것이다.

무전이 오갔다. “카모프로 철판 날려버려!”

김재전 경위(44)가 모는 러시아제 카모프 헬기(무게 10t)가 바다 상공 15m에 머물며 두 개의 프로펠러를 이용해 요대하어 15007호에 강한 하강풍을 쏟아부었다.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에 성(城)처럼 중국 어선에 설치된 함석 철판들이 하나씩 떨어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갑판을 지키던 중국 선원 9명은 바람에 못 견뎌 조타실로 몸을 숨겼다. 고속단정 대원들이 이 틈을 노려 요대하어 15007호에 승선해 갑판을 장악한 뒤 목포해경 1007함에 선박을 인계했다.

카모프 헬기가 직접 바람을 가하는 사이 팬더 헬기는 다른 중국 어선 주변을 돌면서 도주 항로에 강풍을 쏟아부었다. 도주하는 어선들이 제 속력을 내지 못하게 한 것이다. 끝까지 저항하던 중국 어선 1척에는 붉은색 연막탄을 투하했다. 카모프 헬기가 일으킨 ‘바람벽’에 갇힌 중국 어선 5척에도 곧 대원들이 승선했다.

오후 5시 반 하늘과 바다 합동으로 이뤄진 이날의 전격 작전은 모두 끝났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발견한 지 2시간 만이었다. 가거도 서북쪽 59km 해상에서 6척이 나포됐다. 목포해경 소속 한모 순경(28)이 철판 위에 설치된 쇠꼬챙이에 부딪쳐 팔 골절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큰 피해는 없었다.

해경의 ‘장풍 훈련’이 첫 효과를 본 순간이었다. 해경은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이 갑판에 쇠꼬챙이 철판 성벽을 설치하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헬기에서 바람을 쏟아붓는 훈련을 계속해 왔다. 중국 어선들은 2011년 선체에 길이 2∼3m 쇠꼬챙이를, 2012년에는 선체에 철판을 세웠다. 올해는 갑판에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흉기를 던지는 등 저항 수법이 날로 흉포해지고 있다.

이날 작전을 포함해 16, 17일 이틀 동안 해경 경비함,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해군 함정 등 32척과 헬기 5대가 전남 목포, 전북 군산 어청도 해역 등에서 모두 10척의 불법조업 중국 어선(선원 115명)을 단속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헬기#불법조업#중국 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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