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서 자살 시도한 20대, 260km 떨어진 서울서 구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30대 직장인, 인터넷 글 보고 112신고
영등포署 전화로 설득… 병원 긴급이송

자살 시도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있던 스무 살 청년을 260여 km나 떨어진 곳에 있던 시민과 경찰이 살렸다.

10일 오후 12시 반경 직장인 이상균 씨(33)는 평소 자주 들어가던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 우연히 “살기 싫다. 2시 이후면 세상을 못 볼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봤다. 자해한 흔적이 있는 손목 사진도 담겨 있었다. 이 씨는 112지령센터에 해당 내용을 캡처해 휴대전화 문자로 신고했다.

이 씨의 신고를 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실종수사팀 백혜순 경위(49)는 글 작성자를 추적해 글을 올린 사람이 전북 남원시에 사는 A 씨(20)라는 것을 알아냈다. 백 경위는 A 씨의 페이스북에서 번호를 발견해 전화를 걸었다. A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형사님 저 죽고 싶습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손목 그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집 주변 공장에서 일한 지 한 달 된 A 씨는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위는 차분한 목소리로 “많이 힘드냐. 사는 게 다 그런 거다”라고 다독이면서 전화 추적을 통해 주소를 알아낸 뒤 전북 남원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A 씨가 갑자기 “전화 끊은 뒤 손목을 그을 겁니다”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후 1시 45분경 경찰이 도착했을 때 A 씨는 아파트 화장실에서 면도칼로 왼쪽 손목을 긋고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A 씨가 병원에 이송돼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백 경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자살 시도#영등포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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