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요” “안가요”… 단속하자 “못들었다”
지하철역 주변 차 세워놓고 골라태워… 단속요원에 “확 받아버릴것” 막말도
“여기 계시면 안 됩니다. 차 빼세요.”
“××, 어디 소속이야? 확 받아버리기 전에 비켜. 가만 안 둬.”
18일 새벽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서울시 단속요원과 인천 택시 운전사 사이에 고성과 실랑이가 이어졌다. 10분 이상 차를 대놓고 손님을 고르던 택시 운전사에게 단속요원이 차량을 이동하라고 하자 운전사가 밖으로 나와 욕설을 퍼부었다.
한 단속요원은 “계속 주변을 배회하면서 차를 장시간 세우고 있는 것을 봤는데 ‘잠깐 섰을 뿐’이라고 우기고 있다”며 “경기·인천 택시들이 처음부터 빈 차로 서울 시내에 들어와 승객을 입맛대로 골라가며 태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택시요금을 올린 뒤에도 승차 거부가 줄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시가 14일부터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다. 17일 밤∼18일 새벽 서울시 단속원 28명은 4개 조로 나눠 택시 승객이 많은 홍대입구역 2, 8, 9번 출구 등에서 단속 활동을 벌였다.
18일 오전 1시경 한 30대 남성이 2번 출구에 있던 택시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연희동에 가자고 했더니 택시 운전사가 고개를 내저었다는 것. 택시 운전사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느라 못 들었다”고 단속원에게 해명했다. 이에 대해 단속원은 “손님이 원하는 연희동이 반대 방향이고 거리도 짧아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청에 승차 거부로 통보했다.
이날 시가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으나 실제 적발건수는 많지 않았다. 택시 운전사들이 재빠르게 대응한 것. 한 단속원은 “14일 이후 종로·강남역 등에서 하루 평균 10∼15건을 적발했는데 오늘은 3건뿐”이라며 “그렇다고 승차 거부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단속이 없었다면 승차 거부가 발생했을 상황들도 포착됐다. 한 택시는 손을 든 승객을 그냥 지나치려다 단속반을 발견한 듯 급하게 차를 세우고 태우기도 했다. ‘빈 차’ 등을 켜고 도로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면서 단속반의 움직임을 살피는 모습도 보였다. 지하철 출구 쪽에 정차하면서 목적지를 물어보려는 듯 조수석 창문을 내리는 운전사들도 많았다.
강영석 서울시 교통지도과 주무관은 “승차 거부 택시들은 주로 ‘가스 넣으러 가야 한다’ ‘집에 가야 한다’ ‘교대시간이 빠듯하다’ ‘화장실이 급하다’ ‘콜을 받아서 가고 있다’ 등 다양한 핑계를 댄다”며 “반대 방향이니 길을 건너서 타라고 승차 거부를 해 놓고 발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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