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강진서 기부 자랑? 면박 당할지 몰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강진군민장학재단에 온정 줄이어 “月1만원 기부… 140억 넘었다니 뿌듯”
올해 278명 재단장학금 받아

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주 스노콜미시 한 고등학교에서 강진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 강진군 학생들의 해외어학연수는 강진군민장학재단이 4년째 지원하다 올해부터는 군비로 지원한다. 강진군 제공
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주 스노콜미시 한 고등학교에서 강진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 강진군 학생들의 해외어학연수는 강진군민장학재단이 4년째 지원하다 올해부터는 군비로 지원한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성전면에 사는 박은옥 씨(53·여)는 올 5월 100만 원을 강진군민장학재단에 기부했다. 박 씨는 35년간 시증조할머니, 시조부모, 시부모, 4남3녀의 시형제 등 4대 가족을 돌보고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88)를 지극 정성으로 수발한 효부(孝婦). 박 씨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효행상 시상금 50만 원과 푼푼이 모은 50만 원을 보태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강진군 칠량면 신암마을 강신관 이장(66)은 매년 20만 원을 강진군민장학재단에 기탁하고 있다. 술값을 아껴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이 6년째 기부로 이어지고 있다. 칠량면이 고향인 황동연 씨(42)는 2008년부터 매달 1만 원씩을 강진군민장학재단에 보낸다. 안전행정부 6급 사무관인 황 씨는 “재단설립 8년 만에 기금이 140억 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듣고 향우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 군민도… 향우도… ‘자발적 기부’ 바람

강진군이 농촌 자치단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140억 원의 장학기금을 운영해 이웃 자치단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뭉칫돈보다는 주민과 향우, 독지가, 공무원 등 2만여 명이 십시일반으로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올 들어 9월까지 걷힌 장학기금은 2억3000여 만 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나 늘었다. 최근 성전면 랑동마을 주민들은 마을 관광을 위해 모아둔 200만 원을 쓰지 않고 기탁하는가 하면 남미륵사 주지 법흥스님이 산사음악회 개최 기념으로 500만 원을 내놓았다. 강진군 고문변리사로 위촉된 리더스 국제특허법률사무소 이주열 대표변리사가 100만 원, 강진읍 출신인 ㈜동현보드 박동호 대표가 1000만 원을 보탰다.

군민장학재단 설립은 지역의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인구를 늘리고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려면 넉넉한 장학 재원을 확보해 교육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05년 4월 출범한 군민장학재단은 첫해 23억4000만 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기금액이 늘어 지금은 강진 교육을 살리는 화수분이 됐다.

○ ‘인재 육성’이 지역경쟁력

강진군민장학재단은 성적우수자, 특기자, 다문화 자녀, 한 부모 위탁 가정, 시설보호대상자, 명문대 입학생 등에게 1년에 두 차례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도 225명에게 2억 200만 원을 줬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성적 향상 장학금제도는 올해 처음 시행한다. 연말에 53명이 2600만 원을 받는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명문학교 육성, 중고교생 맞춤형 심화학습, 해외 어학연수, 외국어타운 운영 등에 기금을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 만점자를 배출한 강진고는 올해 서울대 1명, 연세대 4명, 고려대 1명이 합격했으며 8년 연속 서울대에 합격생을 배출했다. 강진군민재단이사장인 강진원 강진군수는 “강제적 기부문화는 오래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자발적 기부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써왔다”며 “군민과 출향인사들의 순수한 열정이 인재 키우기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강진군민장학재단#기부#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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