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보건소 ‘할머니 육아교실’ 가보니
산후조리-모유수유 돕는 방법부터… 육아문제 세대간 갈등해소법도 강의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보건소 지하 1층 강의실에 할머니 40여 명이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자리를 메웠다. 할머니들은 아기 인형과 노트를 앞에 두고 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모유사랑아카데미 윤명희 원장이 수강생 10여 명에게 빨간 실을 한 가닥씩 잡게 한 뒤 실을 모아 강단 앞에 나온 수강생 한 명에게 잡게 했다.
“앞에 나와 계신 분은 출산한 아이엄마, 실을 한 가닥씩 잡고 계신 분들은 육아에 조언을 하시는 남편, 친정어머니, 친척, 친구 등을 의미합니다. 주변 분들은 한마디씩 거들지만 아이엄마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돼요.”
강의는 강남구보건소가 개설한 ‘예비 할머니 교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 양육을 양가 조부모에게 맡기는 사례가 늘자 각 구청은 할머니들을 위한 육아 교실을 개설하고 있다. 부모 세대와 양육 방식이 다른 데다 갑자기 아이를 책임지게 된 할머니들도 육아 경험을 대부분 잊어버려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년에 4월과 10월 두 차례 무료로 개설되는 강남구 할머니 교실은 신청자가 많아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총 2회로 구성된 강의에서는 신생아 돌보는 법, 모유수유와 산후조리 돕는 법을 가르친다. 윤 원장은 “산모에게 특별한 걸 먹여야 한다는 부담 없이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제철음식, 자연식을 먹이면 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모유가 잘 만들어질 수 있게 3시간 간격으로 하루 8번 수유하는 법, 수유한 아기를 안고 트림 시키는 법 등을 직접 아기 인형을 안고 설명하자 할머니들은 진지한 자세로 인형을 들고 동작을 따라 했다. 또 강의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적었다.
2, 3년 전에는 수강자 대부분이 산모의 친정어머니였다. 하지만 최근 시어머니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친정어머니 몫이었던 산후조리와 육아가 양가 조부모로 확대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이날 참석자 중 절반은 시어머니 수강생이었다. 또 수강생 중 8명은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하거나 이민 간 딸을 도와 ‘원정 육아’를 하러 가기 위해 출국을 앞둔 열혈 할머니들이었다.
며느리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심점순 씨(59)는 “아들과 며느리가 직장생활과 육아를 둘 다 하는 것이 힘들어 보여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강의를 신청했다”며 “우리 세대는 별다른 산후조리법 없이 미역국만 잔뜩 먹었는데 며느리 세대에 맞는 산후조리법, 육아법을 배워 신청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할머니 세대가 아이를 키운 시대와 지금은 생활수준과 식습관이 많이 변해 육아 방식이 다르다”며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세대 간 이해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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