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집단연차 투쟁으로 법외노조 강행 맞서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 靑 항의방문-전국 촛불집회 계획 밝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들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조합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전임자 복귀명령을 따르지 않는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들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조합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전임자 복귀명령을 따르지 않는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法外)노조로의 전환을 앞두고 집단연차를 포함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투쟁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전교조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직 교사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정부가 노조 설립을 취소하는 건 위헌적 과잉 조치”라고 밝혔다. 노조 전임자 76명을 학교에 복귀시키라는 명령도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24일 법외노조 통보를 하면 전교조는 40여 명의 변호인단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법외노조 통보 당일에는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다. 이달 말엔 지부별로 투쟁 집회를 연다.

전교조는 전국 동시 촛불집회도 매주 1회 개최하기로 했다. 학생의 날(11월 3일)을 전후해 공동수업을 열고 교사의 노동 기본권, 학생 인권 문제를 적극 설명할 방침이다.

연가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연가 투쟁에 왜 나서게 됐는지를 주목해 달라. 국민과 호흡하고 학습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구체적 방식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했다.

수업권은 보호하겠다는 전교조의 거듭된 주장에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해하는 표정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포함해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기에 교사들이 연가 투쟁이나 공동수업에 나서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전교조 내부에서도 교육 현장에 불만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투쟁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단체는 전교조의 투쟁 방식을 비판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과 서울평생교육회는 “연가 투쟁은 명백한 수업권 침해다. 법을 무시하는 교사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교육부는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 공문이 전교조에 전달되면 노조 전임자 원대복귀, 사무실 임차료 환수를 요구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외노조가 되면 전임자의 휴직 사유가 없어지므로 복귀하지 않으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전교조 관련 사안에 ‘무관용주의’ 원칙을 세웠다”고 못 박았다.

정부와 전교조의 갈등에 시도교육청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 주관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외노조 통보는 사실상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의 모든 창구가 닫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반면에 진보좌파 성향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21일 도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교조가 법외노조이든, 임의단체이든 관계없이 교원단체로 존중하겠다. 불법 단체가 아닌 이상 강원교육의 파트너로 계속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와 전북도교육청도 전교조를 계속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 해직교사 9명 구하려 합법노조 포기 불사? ▼
전교조 “노조 자주성 지키기 위한것”… 일각 “이미지 메이킹용 명분 선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해직자 9명을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결국 법외노조의 길을 선택했다.

9명의 교사 가운데 6명은 2008년 교육감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해직됐다. 다른 3명은 통일학교 운영(2005년), 서울 상문고 비리척결 불법시위 주도(2004년), 학사 운영 방해(2004년) 등의 이유로 각각 해직됐다.

이들 9명을 보호하기 위해 조합원 6만여 명(전교조 측 주장)의 노조가 ‘법의 보호’ 안에서 누릴 권리를 포기한 셈이다. 전교조는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면 노조의 자주성과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전교조가 정부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박근혜 정부에 무릎 꿇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이미지가 하락할까 봐 강경 투쟁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리와 명분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다 명분을 택했다는 얘기다. 전교조의 한 간부는 “어차피 정부가 유화 제스처를 전혀 보내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한 번은 크게 충돌할 거라면 차라리 선제공격해서 명분이라도 챙기는 게 좋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전교조가 내부 결속력 강화를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논란을 부르는 쟁점이 있을 때마다 선명성을 가진 ‘강경파’가 특세한 전교조의 역사를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촛불집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