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 배임혐의 수사
“시민단체 고발 따른 조치” 해명에도… “李회장 사퇴 압박용” 해석 분분
검찰이 이석채 KT 회장(사진)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22일 KT 본사 등 1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이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 정부 인사로 분류되며 줄곧 퇴진설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일각에선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자진 사퇴 종용에 이 회장이 응하지 않자 결국 검찰이 나섰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고발 사건 2건과 관련해 KT가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은 피해 달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관 100여 명을 경기 성남시 분당의 KT 본사는 물론이고 서울 종로구와 서초구 사무실 등 16곳에 보냈다. 검찰이 들이닥칠 당시 이 회장은 서초 사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말하는 고발 사건 2건은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것을 말한다. 참여연대는 2월 KT가 스마트애드몰, 사이버MBA 사업과 OIC랭귀지비주얼 인수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 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KT가 이 회장의 친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콘텐츠 회사인 OIC랭귀지비주얼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거래가보다 2배나 높게 사들여 회사에 60억 원에 가까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해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지만 그동안 큰 진척은 없었다. 그러자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조가 이달 초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팔아 회사와 KT 투자자에게 최대 869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추가로 고발장을 냈다.
하지만 KT 측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감정평가액 대비 매각금액 비율은 95.2%로 75%보다 높은 수치”라면서 “통신사업의 매출이 정체 및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존 부동산을 매각한 것은 자산 선순환 차원에서 필요했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장이 곤경에 처한 것은 민주노총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조합원이 3만 명에 이르는 KT 노조는 이 회장 취임 첫해인 2009년 7월 ‘새로운 노사관계’를 내걸고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 이후 KT에서는 세력은 약하지만 새 노조가 결성돼 민주노총에 잔류했고 이 노조는 이 회장의 경영 방식과 행태를 사사건건 문제 삼기 시작했다. 더욱이 올해 KT 노조가 3년 8개월간의 독자 노선을 접고 한국노총에 정식 가입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22일 KT 새 노조는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KT의 해외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회장은 28일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검찰이 이 회장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측은 “회의에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비롯한 4개국 정상이 참가할 예정이어서 만약 이 회장이 불참한다면 외교적으로도 큰 결례”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