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81곳을 아름다운 단풍길로 정하고 21일부터 낙엽을 쓸지 않고 관리해 가을의 정취와 낭만을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사진은 은행나무와 왕벚나무가 우거진 남산 야외식물원길과 은행나무 느티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덕수궁길, 물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양재천길(위쪽부터). 서울시 제공
가을의 정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단풍’이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져 나무들이 시시각각 오색 빛깔의 옷을 갈아입는 요즘이 가족, 연인, 친구와 가을길을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서울시는 단풍길 81개소(148.54km)를 ‘올해의 아름다운 단풍길’로 선정했다. 21일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떨어진 낙엽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둬 시민들이 가을의 멋과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시작하는 덕수궁길(800m)은 가장 대표적인 서울 도심의 산책로다.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해 가족이나 연인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 커다란 느티나무, 작은 양살구 단풍잎이 쏟아져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특히 20∼30분이면 길 끝까지 걸을 수 있어 평일에는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의 가벼운 산책로로 인기다. 100년이 넘은 건물과 곳곳에 있는 덕수궁, 시립미술관, 공연장과 영화관 등의 문화공연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종로구 동십자각에서 삼청터널까지 이어진 삼청동길(1.5km)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아름다운 유서 깊은 단풍길이다. 폭 10∼30여 m의 2차로 도로로 조선시대부터 단풍놀이객들이 많이 통행했다. 경복궁과 삼청동 화랑, 예쁜 공방, 맛집 등 볼거리가 곳곳에 많다. 요즘 독특한 쇼핑 공간들과 맛집들이 즐비한 젊음의 거리로 떠오른 이태원로(1km·삼각지역∼녹사평역)는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의 단풍과 낙엽이 아름답다.
서울 곳곳에 하천 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도 깊어가는 가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자동차와 마주치는 일이 없어 단풍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성동교∼군자교까지 이어진 송정제방(3.2km)은 울창한 수림이 유명하다. 동대문구 중랑천 제방길도 왕벚나무와 느티나무 단풍이 5.2km 이어져 있다. 플라타너스가 하늘 높이 뻗어 있는 강북구 우이천 제방길(3km)도 가을날 걷기에 제격이다. 청계천은 도심을 관통하는 이팝나무 단풍이 아름다워 걷기 좋은 길이다. 도심과 동대문, 신설동 풍물시장 등이 연결돼 있어 가을 청계천의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단풍구경을 하러 멀리 지방의 산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북한산과 관악산을 오르며 단풍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강북구 4·19길과 인수봉길, 은평구 진흥로와 북한산길은 특히 느티나무 은행나무 왕벚나무가 아름답다. 서대문 안산 산책로는 느티나무 산책로를 따라 숲 속을 걸어가면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만나는 인상적인 단풍길이다.
서울대 정문 쪽 관악산 입구 2km 산책로 구간의 왕벚나무 단풍은 서울에서 단풍이 일찍 드는 곳 중에 한 곳이다. 숲 속 도서관을 비롯해 중간 중간 휴식공간이 많고 포장된 넓은 길이어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기도 좋다.
기상청은 올해 북한산의 단풍 절정기를 27일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심 지역은 이보다 늦은 11월 초순에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이 내놓은 단풍시간표에 따르면 창덕궁과 창경궁은 각각 27일과 30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단풍의 절정을 즐길 수 있다. 덕수궁과 성종을 모신 선릉은 오후 9시까지 개방돼 야경과 단풍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