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매년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의 합에 일정 비율(α)을 더한 만큼 올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에는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정부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최저임금이 근로자 중위소득(모든 근로자를 소득에 따라 줄을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소득)의 절반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고용노동부가 ‘합리적인 최저임금 인상 기준과 적정 최저임금 목표치 설정’이라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작성한 것으로, 향후 5년간 최저임금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최저임금 인상률=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α
최저임금은 매년 노동계 9명, 재계 9명, 정부 측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재계는 동결, 노동계는 두 자릿수 인상을 내세우며 맞서다 결국 정부 위원들이 결정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합리적 근거가 없다 보니 인상 폭이 오락가락했고 노동계와 재계 모두 불만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지난해 “합리적 최저임금 인상기준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 이상이어야 ‘절대적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10개의 빵을 살 만큼의 일당을 받았다면 내년에도 같은 빵 10개는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은 노동생산성 증가에 기인하는 만큼 ‘상대적 생활수준’ 유지를 위해 경제성장률을 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상대적 생활수준의 개선’을 뜻하는 소득분배 조정분 ‘α’를 추가해 최종 인상률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최저임금은 올해 시간당 4860원, 내년 5210원이다. 최저임금 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은 5.21%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평균인 6.26%보다 1%포인트가량 낮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α’ 원칙을 적용한다면 사용자 측의 부담이 적잖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올려줄 수 있는 최대한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인데 여기에 α를 더하면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중장기 목표는 근로자 중위소득의 50%
보고서는 최저임금이 도달해야 할 중장기 목표에 대해 “평균적인 근로자가 받는 임금의 50% 수준으로 정하고 2017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을 평균 근로자 임금의 50%로 인상하자는 것은 노동계의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평균적인 임금’을 노동계가 주장하는 ‘전체 근로자 임금의 평균’이 아닌 ‘중위소득’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일부 고소득자에 의해 통계가 왜곡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기준 근로자 임금총액의 평균은 월 231만8000원이지만 중위소득은 월 180만5000원이다. 보고서대로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 최저임금은 이미 40%대 후반이어서 상승 여지가 크지 않다. 반면에 노동계 기준으로 하면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37%에 불과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와 최근 양극화가 심해지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중위소득이 아니라 전체 임금 평균의 50%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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