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낮 12시 56분경 경기 양평경찰서 옥천파출소로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유럽여행 중이던 아버지(68)가 집에 있는 딸 이모 씨(41)가 5일째 전화를 받지 않자 회사 여직원을 시켜 파출소에 긴급하게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파출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이 씨 집에 출동했다. 집은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있었다. 집 주변을 살펴보던 경찰은 창문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방 안에는 여자 가방과 외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보안업체 직원을 불러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큰 방과 작은 방을 차례로 살폈지만 애완견과 고양이뿐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갑자기 화장실 쪽에서 ‘끙끙’ 하는 신음이 들렸다. 경찰이 문을 열고 화장실로 들어서자 이 씨가 변기에 기댄 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해외여행을 간 부모를 대신해 집을 봐주러 왔다가 화장실 문이 고장 나 5일 동안 갇혀 있었던 것이다. 청소도구로 문을 부수려 해 봤으나 실패했다. 먹은 것이라고는 수돗물이 전부였다. 현장에 출동한 김재춘 경위는 “화장실 문이 밖에서는 열렸지만 고장이 나 안에서는 열리지 않았다”며 “5일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탈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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