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열악해 예산 추가 지출 못해” 초중 종사원 인건비도 부담 않기로
시민단체 “실망-분노 느낀다” 반발
강원도교육청과 강원도가 전국 처음으로 무상급식을 고교까지 확대 시행하려던 계획이 시군의 제동으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시행된 데 이어 올해 중학교까지 확대됐고 내년부터는 고교까지 확대 시행할 계획이었다. 또 시군이 내년부터 초·중학교 급식종사원의 인건비도 부담하지 않기로 해 초·중학교도 ‘반쪽 무상급식’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내 18개 시장 군수들로 구성된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고교 무상급식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협의회는 “시군이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 세수마저 감소해 무상급식에 추가 재원을 지출한다면 재정난이 심화될 것”이라며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내년에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면 총 396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이 가운데 시군은 52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자체 예산을 들여 2010년부터 초중고교 무상급식을 시행해온 정선군은 협의회 결정에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초·중학교 무상급식의 경우 인건비를 제외한 20% 지원안을 갖고 강원도교육청과 협의하기로 했다. 올해는 춘천을 제외한 모든 시군이 인건비를 포함한 총 금액의 18.5%를 부담했다. 춘천시는 “급식종사원 등 인건비는 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도교육청은 이에 따른 부족분을 학부모들에게 징수할 방침이다.
올해 무상급식 예산 분담률은 도교육청이 63%, 강원도와 시군이 각각 18.5%로 춘천시를 제외한 모든 시군이 참여했다. 그러나 내년에 시군이 인건비를 제외한 금액의 20%를 부담할 경우 무상급식 예산은 61억 원(올해 기준)이 부족하다. 도교육청은 이 부분에 대해 시군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부족분만큼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
시장군수협의회 관계자는 “재정 여건은 열악한데 복지 예산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을 고교까지 확대하는 것은 시급한 현안으로 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고교 무상급식 무산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애 춘천무상급식네트워크 대표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진정 도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이번 결정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유성철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강원도나 도교육청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도 이를 배제한 채 시군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상급식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승룡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전국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군이 고교 무상급식에 반대해 답답한 심정”이라며 “시군과 협의를 통해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강조해 동참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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