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평소 안 가던 종교행사 가는 엄마… “부담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수능 앞둔 고3에게 하지 말아야 할 학부모의 말과 행동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 못지않게 학부모들도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학부모는 자녀가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불편한 것은 없는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챙겨줄 것은 없는지’ 등을 고민한다.

하지만 자녀에게 도움을 주려는 학부모의 말과 행동은 자칫하면 수험생 자녀에게 부담만 주게 되는 의외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 ‘이렇게 해주면 고마워하겠지’ ‘이렇게 말하면 더 힘을 낼 거야’라고 생각해 실천한 것들을 받아들이는 자녀가 ‘갑자기 왜 그러지?’ ‘수능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지?’ 같은 부담감만 느낄 수 있다는 것.

수능을 앞두고 고3 자녀에게 하지 말아야 할 부모의 말과 행동은 무엇인지를 최근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한 선배 수험생들의 경험을 토대로 살펴보자.

시험을 떠올리는 말, 그만∼

시험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수험생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뭘까. 많은 학생은 ‘수험생이라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모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많이 불안하지?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너를 믿는다” “너무 무리하게 공부하지 마” 등 학부모 입장에서는 시험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건넨 말들이 오히려 수험생의 불안한 심리를 건드려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

서강대 프랑스문화전공 13학번 김한슬 씨(19·여)는 “누구보다 불안한 건 수험생 자신이다. 시험이 가까울수록 애써 태연한 척하는 것일 뿐”이라며 “부모님의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시험이 생각날 수 있는 말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수험생 자녀를 무조건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수험생 자녀가 원할 때는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12학번 황준영 씨(20)는 “수험생들은 갑자기 자신의 처지를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서 “그럴 땐 수험생이 먼저 부모에게 말문을 열게 된다. ‘나 지금 무척이나 힘들고 불안하다’는 마음을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로 채우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 부담스러워

부모가 평소와 다른 행동의 변화를 보이는 것도 수험생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거나 각종 수험생을 위한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것. 학부모들은 ‘나도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너는 공부에만 전념하라’는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곤 하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13학번 김지수 씨(19·여)는 “수능을 일주일여 남긴 지금 수험생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을 대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수험생들은 평소처럼 자신을 대해준다는 것을 그만큼 학부모가 자기 자신을 믿어주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간식과 각종 보양식 챙겨줄 때도 조심

수험생 학부모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수능일까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도록 몸에 좋은 각종 보양식을 챙겨주는 것. 하지만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친하지도 않고 교류도 없었던 친척이나 지인들이 홍삼이나 영양제 등을 챙겨준다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시험성적 잘 받아오라’는 부담으로 느낄 수도 있는 것.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수험생을 위해 간식을 챙겨주는 것도 수험생은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적지 않은 학부모가 수험생 자녀의 공부방에 간식을 넣어주지만, 이 과정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를 받는다는 기분을 느끼는 수험생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황준영 씨는 “공부방에 간식거리를 넣어주는 행동이 ‘바깥으로 나오지 말고 공부나 계속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차라리 응접실이나 식탁 등 외부에 간식거리를 차려놓고 잠깐 쉬면서 간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휴식시간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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