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포통장 풍선효과… 보이스피싱 계좌, 농협→우체국 대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금감원 홈피 자료 분석해보니

보이스피싱, 파밍 등 금융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으나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이런 범죄의 핵심 수단으로 이용되는 ‘대포통장’ 발급을 줄이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받은 금융기관이 대포통장 피해를 막기 위해 통장 발급 절차를 강화하자 다른 금융기관들의 발급 건수가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기범들이 이용하는 대포통장이 가장 많이 개설된 금융기관은 전국에 지점 및 단위조합(총 5600여 곳)이 많은 농협이다. 하지만 농협이 신규 통장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하자 사기범들은 우체국이나 새마을금고에서 대포통장을 만들고 있다.

본보가 28일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10월 금융 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 중 우체국 통장의 비율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체국에서 발급된 대포통장은 올 1∼7월 전체 금융 사기 사용계좌(9583개)의 2.9%에 불과했지만 8월에는 12.1%, 9월에는 14.0%로 늘어났고 10월(25일 현재)에는 전체(2367개)의 21.8%를 차지했다. 새마을금고 대포통장도 올 1∼7월 매달 평균 94개가 발생했지만 10월에만 226개가 발견돼 급증 추세를 보였다.

이 같은 풍선효과는 농협(은행 및 회원조합)이 통장 신규 발급 절차를 강화하자 금융사기 조직 및 통장 판매자들이 상대적으로 발급이 덜 까다로운 곳에서 통장을 수급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협은 금융감독원이 8월 7일 “2011년 10월부터 6월 말까지 조사한 결과 농협 통장이 전체 대포통장의 68%를 차지한다”고 공개하자 계좌 신규 개설 목적이 불명확한 경우 재직증명서, 사업자등록증, 전년도 재무제표 등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계좌 개설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통제 강화 결과 범죄에 쓰인 대포통장 중 농협 발급 통장의 비율은 올 1∼7월 전체의 67.0%에서 10월 48.3%로 18.7%포인트 감소했다.

금융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대포통장 발급을 최소화하고, 대포통장을 만든 이들을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다. 농협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금융기관과 당국이 의지를 갖고 대처할 경우 대포통장 발급은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재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통장 개설 확대와 고객 편의 증대라는 당장의 이익에 매달려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거래 사기 피해자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이준길 변호사(법률사무소 선경)는 “미국의 경우 통장에 일정 금액이 예치돼 있지 않으면 매월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남에게 넘겨줄 목적으로 빈 통장을 만들 생각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기관별 금융 사기 피해자 수나 비율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기 피해자 수 자료를 공개하면 금융기관들이 금융 사기 방지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과 사법 당국이 대포통장 개설자 및 구매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현재는 금융사기범에게 통장을 판매한 경우에도 대가를 받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2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법원 1심에 회부된 것은 1069명이었다. 대포통장이 연간 4만 건 이상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포통장 명의인 상당수가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입건되더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되는 경우가 많다”며 “법령 개정을 통해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포통장 ::

통장을 개설한 뒤 돈을 받고 남에게 통째로 넘겨준 통장. 금융 사기범들은 노숙인 등에게 통장을 만들게 해서 이를 산 뒤 시민들에게서 갈취한 돈을 이 통장으로 이체받는다. 통장을 만들어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매매하는 행위는 금융실명제에 따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지지만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대포통장#농협#우체국#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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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13-10-29 08:31:09

    은행도 문제가 생기면 다각적으로 검토해서 방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은행들은 무조건 개인한테만 책임 떠넘기고 있습니다. 실명거래 위반도 기업가 정치가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실명제가 왜 필요합니까? 국민들만 불펀한 제도입니다

  • 2013-10-29 08:29:14

    대포통장이 문제 많으니까 지문인식을 돈을 찾는 방법 개발해야 합니다. 비밀번호 빼낼려고 조폭들이 은행갈때마다 교묘하게 아줌마 할머나 등이 염탐합니다. 지문인식으로 은행에서 돈을 찬는 방법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체의 법인 등록하면 지금처럼 비밀번호로 돈 찾는 방법하고

  • 2016-10-14 07:27:35

    조선족~!, 온갖 불 탈법으로 한국에 들어와 동포 운운하며 갖은 혜택 다 받고 피싱등으로 사기쳐 먹고 살다가 끼리끼리 뭉쳐 한탕해 돈벌면 중국에 돌아가 입에 거품 물고 한국에 온갖 저주를 퍼부어 대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악한 사람들입니다. 당하지 말고 정신 차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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