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스웨덴 마스터 셰프’ 우승자 제니 월든 “가슴속 피어오르는 기쁨을 좇아가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미래과학콘서트 MFS 2013]
6세때 스웨덴 입양된 한국계
“과학-요리 화학작용 응용 닮아… 매순간 최선 다하면 열매 맺어요”

검은색 스타킹에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170cm가 넘는 큰 키에 어깨 밑까지 오는 긴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 29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 3층 회의실에 들어서면서 말했다. “전화가 잘못 걸려 온 줄 알았어요.”

이 여성은 제니 월든 씨(37·사진)다. 스웨덴 최고의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실력파. 요리사가 왜 미래과학콘서트에 초청을 받았을까.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의아했다고 월든 씨는 얘기했다.

미래과학콘서트는 고려대, 스웨덴 왕립과학원 및 산하 분자과학연구재단(MFS),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공동 주최했다. 주최 측은 열정을 지니고 일하는 분을 강연자로 꼭 초대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월든 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에게 요리는 ‘꿈’과 같았다. 원래는 마케팅과 관련한 일을 했다. 요리에는 아마추어였다. 스웨덴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2013 스웨덴 마스터 셰프’에 출전해 200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우승하며 단번에 최고의 요리사로 올라섰다.

“요리도 과학도 인생도 똑같은 것 같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회 때는 떨어지면 바로 탈락이니까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승까지 하게 됐다.”

요리대회 출전은 사실 우연이었다. 그는 “축구 경기를 보면서 나라면 저렇게 안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느냐. 2012년 마스터 셰프 행사를 TV로 보면서 딱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남편이 권유했다”고 전했다. 대회 중 고비가 많았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스웨덴대사관에서 경기하는데 우리 팀엔 프랑스인이 없어 손짓 발짓으로 재료를 샀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월든 씨는 미래과학콘서트의 강연에서도 가슴속에 피어오르는 기쁨을 쫓으라고 청소년들에게 조언했다. 가슴 속에서부터 기쁠 때, 더 하고 싶은 열정이 샘솟을 때 본인도 성장할 수 있으니 과학이든 인생이든 학생들이 열정을 갖고 임하라는 말이다.

미래과학콘서트에서는 고교생 청중에게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쉬는 시간에는 고교생들에게 둘러싸였다. 인기 비결을 묻자 그는 “내가 한국인이라서 더 눈길을 받는 게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6세 때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한국말은 못하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입양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는 경험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에 오면 나를 한국인으로 봐 줘 편안하고 환영받는 기분도 든다. 한국은 요리도 맛있고 날씨도 환상적이다.”

월든 씨는 미래과학콘서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세계적 석학을 많이 만나서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요리도 과학과 닮은 게 많다면서 이렇게 비유했다. “재료의 균형을 맞추고 혼합하는 과정이 모두 화학 작용 아닌가요.”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제니 월든#미래과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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