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머리가 아팠다. 350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 이때 한 줄기 빛이 보였다. 학교에서 따로 설명해 주지 않아 있는 줄도 몰랐던 ‘등록금 분할납부제’. 학교 측에 문의하니 등록금을 4번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단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몇 달 지난 지금 그 분할납부가 발목을 잡았다. 수강 신청도 했고 학교에서 수업도 받는데 재학증명서를 떼지 못해서다. 학교는 ‘당해 학기 등록을 한 사람에 한해 영·국문 재학증명서를 발급해 준다’는 학칙을 들이밀며 발급을 거부했다.
서울 소재 A 대학 졸업반인 김미현(23·가명) 씨 얘기다. 취업을 준비하는 김 씨는 “등록금 분할납부를 하다 보니 당장 목돈이 없다. 입사 지원을 하려면 재학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빚을 내서라도 일단 등록금부터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비싼 등록금 부담을 줄여준다며 도입한 등록금 분할납부제가 대학들의 꼼수로 사실상 제한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등록금 분할납부 가능 대학 중 재학증명서 발급 여부 실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295곳 중 38곳(12.9%)이 재학증명서 발급을 해주지 않고 있다. 장학금 지급을 제한하는 학교도 291곳 중 19곳(6.5%). 분할납부 시행 대학 5곳 중 1곳이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등록금 분할납부제는 현재 전국 337개 대학 중 307개교(91.1%)에서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올해 초 한국대학연구소가 등록금 분할납부제 시행 학교 109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를 이용한 학생 수가 2% 미만인 학교가 95곳(87.2%)에 이르렀다.
대학 측은 대부분 분할납부제를 꺼린다. 서울의 B사립대 관계자는 “새 학기가 되면 돈 쓸 곳이 많다. 대학 쪽에선 이때 목돈을 받아 처리하는 게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자율권 침해라고 비판받을 우려도 있어 어느 수준에서 개입할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정부와 학교가 당장 문제를 개선해 학생들을 두 번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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