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배우자에 양육비 강제로 받아내는 기관 만든다

양육비 청구소송 대신 해주고 채권추심-출국금지 등 행정제재

서울에 사는 김진경(가명·35)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딸(11)의 양육비다. 그는 2009년 12월 외도를 일삼던 A 씨와 합의 이혼했다. 딸은 자신이 맡고 A 씨는 양육비로 매달 70만 원씩 보태기로 했다. 2011년 2월부터 A 씨가 갑자기 양육비 지원을 끊었다. A 씨 부모는 아들의 소재를 알리길 거부했다. 김 씨는 갑자기 살림이 곤궁해져 마이너스통장까지 만들었다. 김 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한다. “딸이 음악과 미술을 참 잘해요. 하지만 200만 원이 채 안 되는 제 벌이로는 학원비는 둘째치고 생활비도 부족해요.”

올 4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2년 전국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홀로 자녀를 키우는 이혼남녀 중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비율이 83%에 이르렀다. 10명 중 8명이 넘는다. 이혼 후 미성년 자녀를 기르지 않는 부모는 양육비를 부담할 책임을 진다는 민법 조항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자녀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는 이혼한 한부모가정을 위해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강제로 받아내는 이행강제기관 설치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한부모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172만 원으로 전체 가구의 평균소득 353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양육비 청구소송을 해도 판결까지 평균 6.5개월이 걸리는 점도 감안했다.

강제기관의 주요 업무는 양육비 청구소송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상담을 제공하고 법적 절차를 대리하는 것이다. 전 배우자가 법원의 양육비 지급명령마저 거부한다면 채권추심, 출국금지, 운전면허 제한조치 등 행정 제재도 취한다. 현재 당정협의를 거쳐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2015년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