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럽여행 다녀와 책 안쓴 건 계약 불이행”

공지영 작가에 경비 1720만원 배상판결

소설가 공지영 씨(50·사진)가 유럽 여행을 다녀와 책을 쓰기로 한 계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신중권 판사는 홍보대행사 담당자인 강모 씨가 공 씨와 출판사인 오픈하우스포퍼블리셔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공 씨는 출판사와 함께 여행 경비 1720만 원을 강 씨에게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유레일패스의 한국 홍보를 담당하던 강 씨는 2010년 10월 출판사 대표의 제의로 공 씨의 유럽 기차여행기를 출간하기로 했다. 다음 해 6월 공 씨 일행에게 항공권과 유레일패스 이용권 등 1720여만 원의 여행 비용을 지원했다. 하지만 8월 유럽 7개국 20여 개 도시를 여행하고 국내로 돌아온 공 씨는 책을 출간하지 않았고 강 씨는 “책이 나오지 않아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공 씨는 “여행 비용을 누가 지불하는지 몰랐고 여행기를 쓰겠다는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강 씨는 출판사와 e메일로 계약에 대한 의사를 교환했고, 출판사 대표를 통해 공 씨에게 의사가 전달·확인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 씨가 출간 계약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단순히 책을 출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천만 원을 들여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이례적이고 여행 도중 책 구성에 대해 여러 차례 상의한 정황을 볼 때 공 씨 역시 계약의 공동 당사자”라고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