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에 따른 수명 격차가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성의 경우 소득수준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9.1년이나 오래 살았다.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사는 여성도 고소득자의 수명이 저소득층에 비해 3.8년 길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강영호 서울대 교수팀이 2002∼2010년 건강보험 가입자 1200만 명 중 연령 소득 질병에 대표성을 띠는 100만 명을 표본으로 삼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연간소득, 건물, 토지, 전월세금, 자동차 등 건보료 부과의 근거 자료를 이용해 소득을 파악한 뒤 0세를 기준으로 남은 수명(기대여명)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건강보험 남성 가입자 중 소득 상위 20%의 기대여명은 77.0세로 평균(72.6세)보다 4.4년 더 길다. 상위 21∼40%(74.9세)도 평균보다 2.3년 오래 살았다. 반면에 하위 20%는 67.9세로 평균보다 4.7년이나 짧다.
차이는 남성보다 작지만 이런 경향은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소득 상위 20%의 기대여명은 82.6세로 평균(81.1세)보다 1.5년 길다. 하위 20%는 평균보다 2.3년 짧은 78.8세였다.
소득 상하위 계층 간 수명이 10년 가까이 차이난다는 점은 의료 격차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북한 평균수명 격차가 12세, 미국 흑인과 백인 간 수명 차가 4∼6세 정도임을 감안하면 건강 불평등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교수는 “중증질환 전 단계에서의 관리가 기대여명과 큰 연관이 있다. 저소득층은 돈을 아끼려고 병의원을 가급적 가지 않으려 해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차이는 건강보험 가입 유형에 따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남성은 직장가입자의 기대여명이 74.8세로 지역가입자(71.8세)보다 3.0년 길었다. 직장가입자가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반면에 지역가입자에는 농어민 자영업자 등 벌이가 불안정한 여러 계층이 섞인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빈곤층에 해당하는 남성 의료급여 수급자의 기대여명(55.0세)이 직장가입자보다 19.8년이나 짧다는 점이다. 여성 의료급여 수급자(71.6세)와 직장가입자(82.2세)의 격차도 10.6년이었다. 국내 의료급여 수급자의 기대여명은 북한의 2011년 기준 평균수명(남 65.1세, 여 71.9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낮은 수명은 비급여 항목을 이용하지 못한 결과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의료서비스 수준이 높은 비급여는 의료비 격차의 주요 원인이다. 수급자들은 국가가 건보료를 지원해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면 건보 가입자와 동일한 혜택을 누린다.
이번 연구에서는 남성(72.6세)과 여성(81.1세)의 평균 기대여명이 8.5년까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한국 남성이 아직 생계를 책임지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를 흡연과 음주를 통해 해소하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연구 책임자인 강영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별보다 소득, 재산 등 사회경제적 차이가 기대여명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의료격차(건강 불평등)를 줄일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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