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남 신안군 증도면 장고마을에 가면 튼실한 장대에 빨랫줄처럼 줄을 달아 생선을 말리는 모습(사진)을 볼 수 있다. 마을에서는 이를 ‘해풍 건정’이라고 부른다. 바닷바람에 말린 건어물이라는 의미다. 건정은 이 지역 사투리.
이 마을 건어물 생산 방식은 독특하다. 제철에 잡은 민어 농어 참숭어 우럭 망둥이 등의 내장을 꺼내고 친환경 천일염으로 고루 간을 한 후 2시간여 동안 절인다. 이후 바닷물로 다시 씻은 후 나무 꼬챙이에 끼워 40일간 말린다. 이렇게 만든 건정은 보통 물에 살짝 불려 양념해 구워 먹거나 찜으로 먹는다. 살만 떠서 고추장으로 버무린 건정도 맛있다. 우리나라 최초 어류도감인 자산어보에 ‘민어는 익혀 먹거나 날것으로 먹어도 좋으며 말린 것은 더더욱 좋다’고 쓰여 있다. 민어 중에서도 마른 민어를 최고로 쳤는데 이를 ‘건정 민어’라고 했다.
섬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만들어 온 건정이 지난달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 출품을 계기로 빛을 보게 됐다. 주민들이 만든 돔 숭어 민어 건정이 안전행정부와 한국지역진흥재단이 주관한 ‘우리 마을 향토 자원 베스트 30’에서 대상에 선정됐다. 전국 각지에 숨어 있는 특산품과 관광 명소 등 145개의 향토 자원 가운데 보존 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건정은 천일염으로 절이고 초겨울에서부터 이른 봄까지 해풍에 말리는 기간이 필요해 대량생산과 판매가 어렵다. 지금 예약하면 내년 1월에나 받을 수 있다. 신안군은 증도에 가공공장을 설립해 해풍 건정을 대한민국 최고 향토음식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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