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시 반경 만취한 이모 씨(59·무직)는 비틀거리며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사우나로 들어갔다. 그는 샤워를 한 뒤 잠을 자기 위해 ‘불가마 한증막’을 찾았다. 사방이 막혀 있는 동굴형 구조의 한증막 안엔 아무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잠시 후 섭씨 70도가 넘는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 씨는 눈앞에 보이는 문을 밀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급해진 이 씨는 문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몸으로도 힘껏 밀어봤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즉시 휴대전화로 119에 ‘갇혔다’ ‘살려달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 도중 배터리 부족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1시간 동안 소리치며 문을 흔들던 그는 탈진해 쓰러졌다. 이때 양천경찰서 목1지구대 소속 심재명 경위와 권순철 경사가 휴대전화 절도를 막기 위해 사우나 안을 순찰하고 있었다. 심 경위는 ‘쿵쿵’ 소리를 듣고 한증막 근처로 다가간 뒤 이 씨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이 씨는 탈진해 코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경찰을 본 이 씨는 그제야 자신이 흔들던 문이 출입문 반대편 화로로 향하는 문이란 것을 알게 됐다. 술에 취해 엉뚱한 문을 흔든 것이다. 심 경위는 “오전 5시부터 나무를 태운다고 들었는데 만약 시간이 더 지체됐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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