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오정구 역곡로 482번길의 한 전신주에 설치된 ‘양심의 눈’ 안내판에 이같이 적혀 있다.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을 주 기능으로 하면서 방범용으로도 활용되는 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양심의 눈’은 폐쇄회로(CC)TV가 아니고 차량용 블랙박스다.
부천시가 예산이 많이 드는 CCTV 대신에 차량용 블랙박스를 방범 및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용으로 사용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심했던 역곡로 482번길의 경우 블랙박스 설치 이후 깨끗한 거리로 변했다. 시는 9월부터 블랙박스 40대를 시범 설치해 운영한 결과 시민 만족도가 높자 연말까지 400대를 더 늘리기로 했다. 현재 동별로 설치가 필요한 지점을 조사해 취합 중이다. 문종환 원미구 청소팀장은 “블랙박스 CCTV가 설치된 주변 지역의 쓰레기 발생량이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시는 부천에서 생산되는 차량용 블랙박스 ‘다본다’를 CCTV 용도로 선정했다. 이 블랙박스 제품은 10m 전방의 한 방향을 주시할 수 있고 움직임이 있는 물체를 포착해 30초 단위로 촬영, 저장할 수 있다. 32기가바이트의 메모리 용량이며 ‘주차모드’로 설정해놓았다. 10m 전방의 물체를 고화질 실사로 촬영해 카메라 앞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확연히 드러난다.
메모리 칩 2개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1개의 칩을 수거해 판독에 들어간다. 동장, 통장이 쓰레기 무단투기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뒤 ‘경고’를 하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다. 경찰이 원하면 칩을 넘겨줘 판독하도록 하고 있다.
이 블랙박스는 외장 가리개 등 부대장비를 포함해 대당 50만 원 이내다. 기존 CCTV는 카메라, 기둥, 통신설비를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에 대당 1700만 원가량 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도시 안전’을 실천하기 위해 CCTV를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지만 시는 예산 부족으로 블랙박스를 겸용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부천지역에 설치된 CCTV는 기존에 228대에 불과했고, 올해 국비 지원으로 723대가 추가됐다. 사거리, 골목길, 우범지역 등 1015개 지점에 4164대의 CCTV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들에 다 설치하려면 500억 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수요가 많은 데 비해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블랙박스를 활용했는데, 의외로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CCTV는 가시거리가 100m인 데다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어 차량용 블랙박스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시는 CCTV를 꾸준히 확대 보급하면서 블랙박스를 보조용으로 삼기로 했다. 블랙박스의 파일 분석을 통해 가시거리를 늘리거나 회전 카메라를 부착하는 등 기능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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