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기도청의 광교신도시 이전이 경기도의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해 다시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세 번째다. 경기도청사 이전을 믿고 주택과 상가를 분양받은 광교신도시 입주민들은 “한두 번도 아니고 더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격분하고 있다.
경기도는 6일 도청사 이전 실무 부서인 도 건설본부가 제출한 광교 신청사 설계비 31억 원과 공사비 249억 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시작된 설계는 이달 말이면 기본설계를 끝내고, 실시설계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중단된다. 당초 계획은 내년 2월 말 설계를 끝내고 9월에 착공해 2017년 8월 완공한다는 것이었다. 2235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신청사는 광교신도시 내 한복판 5만9000m²의 용지에 지하 3층 지상 25층의 신청사, 지하 2층 지상 6층의 도의회 신청사, 소방종합상황실 등 3개 건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도청사 이전 예정지는 2015년 완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분당 정자∼수원역) 경기도청 역사가 들어서고, 대규모 상가와 업무빌딩이 건설되는 중심상업지역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청사를 지을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재정이 호전될 때까지 광교 이전을 보류하겠다”며 도청사 이전 중단을 시사한 바 있다. 김동근 도 기획조정실장은 “도의 재정난이 정말 심각한 상태라 기존 사업 예산도 5000억 원이나 줄였다. 주민들의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도 이해하지만 도의 재정난이 풀리면 실시설계를 마치고 착공하도록 하겠다”며 “이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현재의 도청사를 리모델링해서 쓰면 되는데 신청사는 예산 낭비’라며 취임 이후 도청사 이전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 온 김 지사는 지난해 4월 재정난을 이유로 광교 신청사 설계 작업을 중단시켰다. 당시 광교신도시 입주민들은 경기도청 광교신도시 이전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같은 해 7월 김 지사를 직무 유기 및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설계는 다시 재개됐고 고소는 취하됐다.
광교신도시 입주민 총연합회는 이번에도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1일부터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고 이달 23일 광교 호수공원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김문수 지사 규탄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김 지사를 사기 및 직무 유기 혐의로 다시 고소키로 했다. 이번에는 사기 분양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연합회 측은 당시 도청사 이전을 전제로 도청사 주변 아파트는 평당 1400만 원에 분양받았는데, 최소 평당 300만 원 비싸게 분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교신도시 전체로는 2조 원가량이 부풀려진 분양 금액이라는 주장이다. 총연합회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청사 이전 약속을 지키라는 내용의 행정행위 구제 신청도 제기할 방침이다. 총연합회 김재기 회장(53)은 “김 지사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광교신도시는 2015년까지 오피스텔을 포함해 5만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현재 1만8000가구가 입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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