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숍 문신 시술’ 싼맛에 찾았다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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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입술 문신때 중국산 인체유해 마취제 사용

지난해 초 입술 반영구화장(문신) 시술을 받은 이모 씨(38)는 시술을 받은 지 이틀이 지나자 갑자기 입술이 퉁퉁 부어오르고 여러 군데 물집이 잡혔다. 심지어 물집이 잡힌 곳에 검은색 얼룩까지 생겨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이 씨는 급히 동네 피부과를 찾았고 3, 4번 더 병원을 찾은 뒤에야 겨우 부기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 씨는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엔 병원에 가서 눈썹 문신 시술을 받았는데 의사가 직접 시술하지 않고 실장이라 불리는 사람이 했다”며 “어차피 병원에 가도 의사가 시술하지 않고 값만 40% 정도 비싸다고 판단해 입술 시술은 뷰티숍을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고 설명했다.

입술 및 눈썹 문신 시술이 중장년 여성들 사이에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가짜 국소마취제를 몰래 국내에 들여와 입술 및 눈썹 문신 시술용으로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가짜 마취제는 전국 3000여 개의 뷰티숍 및 네일숍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산 가짜 마취제 등 13개 품목 총 3만7000여 개를 국내에 팔아 7억4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박모 씨(38·여) 등 10명을 약사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에 사무실을 두고 속눈썹 연장 및 반영구 화장 재료 판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 씨는 자신의 문신 시술 의료기기를 더 많이 팔기 위해 가짜 마취제를 이용했다.

문신 시술 시 반드시 필요한 마취제는 원래 의사나 병원에 있는 약사들만 구입할 수 있다. 마취제가 필요한 일반 뷰티숍 시술자들은 마취제를 함께 공급해주는 조건으로 의료기기를 구매했다.

박 씨는 매월 1, 2회씩 뷰티숍 운영자들로부터 1인당 5만 원씩의 참가비를 받고 강사를 초빙해 눈썹, 입술 문신 시술 시연 및 교육을 하며 의료기기와 마취제를 함께 끼워 팔았다. 박 씨에게서 물건을 받은 뷰티숍 운영자 김모 씨(43)등 9명은 자신의 업소에서 직접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불법 시술을 하고 전국의 뷰티숍에 해당 마취제를 판매하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 적발된 국소마취제는 미국산 마취제인 ‘테그 45’를 본떠 만든 중국산 가짜 마취제다. 여기에는 오남용 시 불규칙한 심장박동, 발작, 호흡곤란, 혼수상태를 유발하는 성분인 테트라카인 및 리도카인이 대량으로 함유돼 있다.

이렇게 병원이 아닌 뷰티숍이나 네일숍에서 문신 시술을 받는 것은 불법이고 위험하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많은 여성이 뷰티숍 등을 찾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성형외과 및 피부과의 시술 가격은 눈썹 문신 30만∼35만 원, 입술 문신 40만∼6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서울 소재 뷰티숍들은 대부분 눈썹 문신 10만 원대, 입술 문신 20만 원대에 시술을 하고 있다.

더구나 병원에 가도 의사가 아닌 사람이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굳이 값비싼 병원을 찾을 생각을 안 하게 된다. 뷰티숍 운영자들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뷰티숍 관계자는 “어차피 병원에서도 의사가 아닌 나 같은 외부인을 고용해 시술하면서 그 수입을 5 대 5로 나눠 가진다”면서 “시술의 질은 같으니 괜히 비싼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뷰티숍 운영자도 “병원에서도 대부분 뷰티숍에서 근무하는 시술가들이 계약을 맺고 시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병원 측의 불법 영업이 소비자들을 더 위험한 곳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백연상 baek@donga.com·김수연 기자
#중국산#짝퉁 문신#국소마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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