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시골 마을. 찢어질 듯한 가난이나 마약보다 주민들을 더 암울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주입식 교육. 희망보다는 절망을, 보람보다는 좌절을 안겼다.
이때 젊은 여성이 왔다. 열정과 신념으로 무장한 교육학자였다. 본인이 만든 ‘에스쿠엘라 누에바(새로운 학교)’라는 교육모델을 마을 학교에 옮겼다.
교사는 이 학교에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중개자였다. 개별 학교교육 시스템에 학생의 특성까지 고려해 맞춤형 교육을 했다. 1975년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변화는 콜롬비아 전역으로 퍼졌다. 비키 콜버트는 에스쿠엘라 누에바가 세계적인 교육모델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교육 혁신을 주도한 공로로 콜롬비아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와이즈 교육상’의 올해 수상자.
와이즈(WISE·World Innovation Summit for Education)는 전 세계 교육 혁신을 지원하고 교육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한 세계 교육 혁신 회의. 카타르 왕비인 셰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의 주도로 2009년 출범해 매년 카타르 수도인 도하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100여 개국의 정부 및 비영리단체, 교육 및 재계, 언론 등 관계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9∼31일 열려 성황을 이뤘다.
와이즈에선 2011년부터 와이즈 교육상을 만들었다. 교육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선구자적인 노력을 기울인 이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서다. 수상자는 50만 달러(약 5억3000만 원)의 상금과 금메달을 받는다.
콜버트는 행사 개회식 때 “‘교육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와이즈 교육상을 받아 매우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선 “구조적이고 딱딱한 거대 담론을 지양하고 학생의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개개인의 개성과 특징에 맞는 교육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삶을 위한 교육 재창조’였다. 현대인은 급변하는 시대를 산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재창조가 시대적인 과제인 셈이다.
와이즈에선 4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토론 포럼 강연회를 통해 이 주제를 다뤘다. 특히 둘째 날 첫 번째 행사로 진행된 토론회가 눈길을 끌었다. 나세르 왕비와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참석했다. 유엔 특사 자격으로 초청받은 브라운 전 총리는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각각의 연령대에 맞는 맞춤형 교육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활용 방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영국의 중견 정보기술(IT)업체 대표는 “교육분야의 빅데이터를 파악하면 시시각각 움직이는 아이들의 성향과 관심사, 적성까지 알 수 있다. 스마트 교육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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