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아너소사이어티)에 새로 회원이 된 사람이 성범죄 전과자인 것으로 드러나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누구나 과거 잘못을 뉘우치고 기부를 통해 새 인생을 펼 수 있다는 주장과 기부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고 다른 용도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경북 영주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A 씨(53). 그는 지난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유산기부 캠페인을 보고 자신의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A 씨는 모금회에 연락해 1억 원을 일시불로 기탁할 것을 약속하고 동시에 미술품 등 자신의 재산 30%를 사후(死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입식은 이달 4일 영주시청에서 열렸다. 모금회 측은 A 씨가 대구 경북에서 첫 번째 유산 기부자이자 경북지역 15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라며 홍보를 했다. 기부문화 확산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A 씨가 가세가 기울었던 30대 때 목욕탕에서 힘들게 번 돈을 모아 그림을 사고파는 화랑 사업을 시작해 성공했다는 인생 이야기도 전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일부 지역민이 그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으며 수군거렸다. A 씨가 2009년 가정형편이 어려운 여고생(16)을 후원하겠다며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강간미수로 입건된 전과자였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피해자와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불거지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 사실을 확인했고 성폭행 미수뿐 아니라 10여 년 전의 사기 등도 추가로 밝혀냈다. 모금회 관계자는 “현재 가입 회원들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건전한 나눔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A 씨의 가입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당사자 A 씨는 억울해하고 있다. 전과와 기부는 전혀 별개라는 것.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일을 깊이 참회하고 열심히 봉사하며 살았다. 순수한 마음이 과거 문제로 왜곡되는 현실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이번 일과 상관없이 해오던 지역 봉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과자 기부를 막는 내부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기부자의 개인 신상을 따로 조사하지 않는다. 경찰에 신분 조회를 요청하는 공조도 없는 상황이다. 모금회의 한 직원은 “기부자 한 명을 모시기가 어려운 실정인데 일일이 전력을 따져 묻는 것은 솔직히 힘들다. 처음 발생한 일이라 상당히 곤혹스럽고 기부문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금회 측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명예를 이용해 개인의 영리를 취하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은 내부 감시망을 통해 걸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적으로 ‘나눔의식’을 최대한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모금회가 전적으로 책임지기보다는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모금회 설립에 참여하고 아너소사이어티 프로젝트를 만든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속죄하는 마음에서 기부를 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 있겠냐”며 “만약 동기가 과거 행적을 감추고 다른 목적을 갖고 한 경우라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너소사이어티 ::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기부와 나눔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한 고액 기부자 클럽. 현재 회원은 전국적으로 37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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