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이모 씨(54)는 27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사무기기로 유명한 일본계 기업이었는데 본사가 한국 내 생산물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생산관리를 맡았던 이 씨 역시 부장 자리를 끝으로 결국 ‘명예퇴직’을 선택해야만 했다. 이 씨는 “한창 젊을 때 입사해서 평생을 다닌 회사였는데 예상치 못한 퇴직이어서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퇴직 후 첫 3개월은 여행을 다니는 등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4개월째 접어들면서 고민에 빠졌다. 아직 예순도 안 됐는데 이렇게 쉬어야 하나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는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두 달 넘게 각종 프랜차이즈 업체를 찾아다니며 귀동냥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씨는 “잘못하면 퇴직금만 몽땅 날릴 것 같았다”며 “차라리 옛날보다 조금 벌더라도 다시 직장을 갖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곳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노사발전재단 내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 재단은 이 씨에게 ‘전직스쿨’ 참여를 권유했다. 올해 4월 처음 시작된 전직스쿨은 중장년 퇴직자나 퇴직예정자의 재취업을 위한 일종의 ‘집중지원 프로그램’. 총 40시간 과정으로 8일 동안 진행된다. 보통 1기당 20명이 참여한다. 학교처럼 정해진 교육과정을 듣고 개인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 씨처럼 대기업이나 공기업 출신 퇴직자가 전체의 70% 수준이다. 대부분 실직에 따른 허탈감을 호소한다. 전직스쿨에서는 커리어 컨설턴트가 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단순히 경력을 관리해주고 재취업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구직자 개인의 성격과 과거 인생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등 심리치료 역할까지 맡는다. 현재 노사발전재단이 운영하는 전국 8개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는 약 80명의 커리어 컨설턴트가 있다.
이 씨 역시 컨설턴트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 실직 이후에 폐쇄적으로 바뀌었던 마음이 긍정적이고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다른 구직자들과의 연대감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까맣게 잊고 있던 이력서 쓰는 법과 면접 요령을 다시 배우면서 재취업에 대한 의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7월 중소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생산관리자로 취업했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전직스쿨 외에도 직접 회사를 찾아 퇴직예정자들을 위한 전직 지원 서비스도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