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진실규명 불능’ 결정한 6·25때 사건… 법원이 유족 진술만으로 국가배상 판결

“경찰이 아버지 연행… 총살 당해” 세자매 손배소에 각 5000만원 지급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 규명 불가’ 판정을 한 6·25전쟁 당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민사1부(부장판사 박강회)는 최모 씨(81) 등 세 자매가 ‘1950년 아버지(당시 48세)가 경찰에게 사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들 자매에게 ‘각각 5066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했다고 7일 밝혔다.

최 씨 자매들은 1950년 12월 27일 아침 전남 영암군 서호면 외가에 영암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찾아와 아버지를 연행해 갔으며, 오후 10시경 경찰관 2명이 아버지의 양팔을 잡고 모 고등학교로 연행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30분 뒤 세 발의 총성이 들렸고 이튿날 아버지 시신을 수습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는 2010년 6월 이와 관련해 “최 씨 아버지 사건을 본 사람이 없고 불법적인 공권력으로 희생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했다. 과거사위는 목격자·참고인 존재 여부, 각종 공문서·족보 기재내용, 불법 공권력 희생 여부 등을 판단해 사건을 ‘확인’ ‘추정’ ‘불능’ 등 3개 유형으로 구분해 결정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씨가 언급한 경찰관들이 실제로 당시에 근무를 했고 ‘빨치산에게 밥을 해줬다’는 주변의 말로 농부인 그의 아버지를 사살한 것은 신체의 자유, 생명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과거사위의 불능 판정에 대해 배상판결을 한 건 처음이다. 하지만 목격자 등 제3자가 아닌 소송 당사자인 세 자매의 진술에 의존한 부분이 많아 상급심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