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열린 의료재판’ 자문단 의견 영향 못끼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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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단 “의료과실 애매… 도의적 책임”
재판부, 자문단 의견 고려 조정 시도
환자-병원 모두 거부… 환자측 패소

복잡한 의료 재판에 비전문가의 시각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처음 시범 실시했던 ‘열린 의료 재판’에서 일반인 자문단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환자 측이 패소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임동규)는 김모 씨(35·여)가 A대학병원을 상대로 “갓 태어난 아들의 내장 질환을 제때 진단하지 못해 증세를 키웠다”며 손해배상액 11억1600만 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김 씨의 청구를 7일 기각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해당 재판의 최종 변론은 의료인 4명과 일반인 5명이 자문단을 이뤄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열린 의료 재판’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자문단원들에 따르면 일반인 자문단 5명은 “병원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했고, 진단 및 진료 과정에서 명확한 과실이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병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치료 결과 신생아가 뇌손상과 사지마비 장애를 안게 된 점과 환자 가족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해 “병원이 향후 치료를 책임지거나 치료비 일부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정’에 해당하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일반인 자문단의 의견을 고려해 최종 변론 이후 김 씨와 A대학병원 양측에 조정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A대학병원 관계자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조정을 시도했었지만 입장 차가 너무 커 조정보다는 판결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문수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는 “일반인 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양측의 대립이 심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의료재판#의료과실#환자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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